한 사람이 가진 신념이 때론 한 시대를 풍미하는 시대정신이 되기도 한다. 구호로 끝날 수 있는 단순한 문장도 가치를 아는 다수가 인식하고 함께 공유할 때 행동하는 힘이 된다.

서울시약사회장을 6년간 맡으며 김종환 회장이 질리도록 했던 말은 "약사는 약료전문가다", "약국은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센터"였다.

약사회를 출입하는 기자들이면 알겠지만 이 말은 그가 회무를 맡은 6년간, 특히 서울시약사회가 매년 개최하는 '건강서울 페스티벌' 기간에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말이었다.

처음 이 선언적 문장을 접했을 때 느낌은 "그래 약의 전문가는 약사다. 그렇게 당연한 말을 왜 주장하는가"였다. 해를 넘겨 두 번째 들었을 때는 약사의 입지가 흔들리는 일반약 슈퍼판매의 위력이 얼마나 이 문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지를 깨닫게 됐고, 세 번째 이후로는 약사들의 눈물겨운 투쟁의 선언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일반약은 약국을 떠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약사면허시험의 개편이 있었으며, 두 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약대 증원이라는 최대 이슈가 다시 떠오르게 됐다.

김종환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단순한 문장이 가지는 힘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약국에만 있다고 약사가 아니다. 약이 필요한 곳에서 약을 제대로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약사가 약료전문가이고 약국이 지역건강관리센터라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 같았던 건강서울패스티벌은 약사들의 호응 속에 6년째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서울시청도 이 행사를 연간 행사로 인식해 행사 협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 그 사이 서울시약사회는 서울시청 약무과와 다양한 사업 전개를 할 수 있는 대화 창구를 열었고, 세이프약국 등 의미 있는 사업 전개에 힘을 얻기도 했다.

김종환 회장이 던진 이 작은 파장은 "약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자"는 작은 행동지침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김종환 회장에게 물었다. "약사는 약료전문가"라는 구호가 약사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얼마나 되는지를.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직까지는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다. 그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곧 약사들이 가야할 길이고 우리가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 할 길이다."

그는 약사직급이 사회 전반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차원에서 약사직급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료전문가로 역할을 정책적으로 실행할 때 약사가 비로소 약료전문가의 위치에 제대로 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그렇게 그가 던진 문구 하나가 약사사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퍼져나가고 있다.

이 선언적 문구가 행동하는 약사들의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정부 정책으로 국민에게 닿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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