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개월에 접어든 주부 김 모씨(29세)는 최근 3개월 전부터 잇몸이 들뜨고 칫솔질을 할 때마다 피가 나거나 입 냄새까지 나는 증상이 생겨났다. 그러나 임신 중엔 치과에 가면 안된다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치과 가기가 꺼려졌다. 그렇게 버티기를 3개월 남짓, 잇몸이 계속해서 붓고 피고름이 나면서 통증이 극도로 심해지자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임신성 치은염. 잇몸이 빨갛게 부풀어 있었고 위쪽 앞니와 아래쪽 어금니 주위의 잇몸이 심하게 부어 있어 건드릴 때마다 피가 묻어 나왔다. 김 씨는 먼저 스케일링 치료를 받았으며 일주일 후에 치은연하 소파술(스케일링보다 깊은 치석제거술로 심한 부위를 부분 마취한 후 긁어내는 수술)치료를 받았다. 치료 중 붓거나 입냄새가 나는 증상은 줄었으며, 태아 건강에도 문제가 없어서 임신 중 치과 치료에 대한 위험은 기우였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요즘 대다수의 예비 산모들은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위해 임신 전 또는 결혼 전에 미리 치아 점검을 받아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임신 중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은 태아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 진료를 통해 되도록 치과에 갈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이 같은 행동이 물론 아주 바람직한 일이지만 혹여 임신 중 치아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치료를 미루거나 거부하는 행동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치과교정과 고수진 교수는 “임신기에는 평소와 달리 치은염, 치주염 등의 잇몸질환 발생확률이 높아 어느 때보다 치아 관리가 중요한 시기이며 임신중이라도 특정한 시기만 제외하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임신 중에 잇몸 출혈과 이가 들뜨는 잇몸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진단을 미루다가 임신 말기에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거나 출산 후에 아예 어금니를 뽑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며 “잇몸질환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지만 방치되었을 때 치료 효과도 떨어지고 치료 기간도 더 길어진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임산부, 세균 수와 호르몬 수치 증가로 치은염 발생률 증가해

임산부에게서 치은염 발생률은 일반 여성에 비해 35~100%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임신 중기에 치은염을 유발하는 세균 수가 임신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55배나 높고, 잇몸의 염증을 악화시키는 호르몬의 수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임신 중 나타나는 치은염의 대표적인 질환은 잇몸이 매우 붉게 증식하는 임신성 육아종. 이는 임신 중에 치석과 치태 같은 세균성 자극물이 쌓여가는데 입덧 등으로 인해 산모들이 구강 관리를 소홀히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임신성 육아종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건드릴 때마다 출혈이 일어나고 음식을 씹을 때 심하게 통증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출산 후에도 섬유성 덩어리로 그대로 남아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먼저 치태와 치석을 스케일링을 통해 완전히 제거한 뒤 재발을 막기 위해 청결한 구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육아종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대부분 분만 후 절제술을 시행하나 종양이 기능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인접 치주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국소마취 후 절제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초기나 후반기 제외한 임신 중기(14주~28주) 치과 치료 적기

사실 임신 중 되도록 치과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일반 상식처럼 알려져 있기까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임신 중에는 심장 박동수와 적혈구 숫자가 늘고 숨이 차는 현상이 일어나 자칫 치과 치료가 산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태아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만약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산모도 안정기일 때, 태아에게도 가장 적게 영향을 주는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산부의 치과 치료는 언제 받아야 할까? 태아의 기관형성이 되는 임신 1기(1주~13주)와 분만이 가까워지는 임신 3기(28주~출산)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치과 치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치과 치료는 초기와 후반기에 비해 비교적 안정기라 할 수 있는 임신 2기(14주~28주)에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1기나 3기일 경우에도 방사선 검사를 제외한 간단한 구강관리, 임상검사 등은 실시할 수 있으며 통증이 심할 때는 간단한 응급처치까지도 가능하다. 따라서 치아나 잇몸이 불편할 때는 무조건 참거나 진통제를 먹지 말고 즉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평소보다 구강관리 신경 써야

임신 초기와 중기에는 일명 양치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양치덧이 심하고, 임신 말기로 가게 되면 몸이 무거워지면서 규칙적인 양치질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임산부는 치은염을 발생시키는 세균 수도 높아지고, 호르몬 분비도 많아져 다음과 같이 각종 잇몸질환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신 중일수록 매 식사 후 양치질과 잠자기 전의 구강 관리를 한다. ▲입덧이 심해 치약사용이 어려울 때는 소금이나 생수를 사용해서라도 양치질을 한다. ▲칫솔은 치아 2~3개를 덮을 정도의 너무 크지 않은 것(사이즈 小)으로 부드러운 모가 달린 것을 선택한다. ▲칫솔질은 평소보다 길게 약 5분간 치아를 닦는다. ▲철저하게 구강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별도의 구강 세정제는 필요하지 않다. ▲칫솔 외에 보조용품으로 치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주로 이와 이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 사용한다. ▲이쑤시개는 잇몸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치과교정과 고수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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