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투입없는 의무화는 또 하나의 규제" 정부와 협의 예정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가칭)의료기관안전관리기금'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9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응급실에서의 폭력뿐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해 일시적인 사회 이슈로만 부각될 뿐 근본적인 대안과 예방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제안사항으로는 ▲범사회적 기구 구성(6개월 한시적 운영) ▲의료기관 내 폭행 등 강력범죄 근절법안 마련(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 의료인 보호권 신설 등) ▲의료기관안전관리기금(가칭) 신설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 및 비상호출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최대집 회장은 "2017년에만 전국 의료기관에서 하루평균 250만건의 진료가 이루어졌는데 환자 또는 보호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 예방 장치없이 폭력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며 "제도적 미비가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사전예방대책으로 진료실 내 대피공간이나 통로 마련, 비상벨 설치,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 등이 필요하지만 개별 의료기관 재정 투입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100% 사전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응급의료법에 근거한 응급의료기금의 경우와 같이 의료기관안전관리기금 설치 및 재원 마련의 근거를 의료법 등에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원 조성은 '의료법'에 따라 과태료로 징수하는 금액 중 일정부분 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과징금으로 징수하는 금액 중 일정부분, 그밖에 기금을 운영해 생기는 수익금으로 마련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조성된 기금은 의료인 폭행 등 안전사고 발생 시 치료비 및 손해배상금 우선 지급, 의료기관 안전시설 구축 및 인력 채용 등에 쓰이게 된다.

최 회장은 "의료기관 내 폭력 사전예방조치로 시설, 장비, 인원 충원 등을 위한 재정 투입없이 의무만 부과해서는 또 하나의 실현불가능한 규제에 불과하다"면서 "보건복지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기금은 매년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자력으로 사전예방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이 각각 1500여곳, 3만여곳인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재정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만, 불신이라고 할 때, 이를 조장하는 각종 정부정책과 제도부터 전면 수정해야 한다"면서 "무분별한 수진자 조회제도 폐지, 진료 중 현지조사제도와 본인부담금 환급제도 개선 등을 통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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