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送舊)와 영신(迎新)의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무술년을 보내고 기해년을 맞으며 가는 해를 정리해보고 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때다.

다산은 유배 초기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는 즈음에는 몸과 마음에 뭔가 변화를 일으켜 구태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를 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 묶은 해를 깨끗이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을 준비를 넉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매년 이맘때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라는 말이다. 실제로 2018년은 참으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변화가 많은 해인 것 같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파괴와 방호벽 철거, 전방도로 확장, 등의 변화와 정치권에서는 과거사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삼고, 정적을 척결함에 따라, 국민들은 어둡고 참담한 뉴스를 거의 매일 같이 접하면서 불안에 떨며 살아온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언론매체가 정도를 걷지 않으니 불안한 시대적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 양측이 언론을 적대시하며 진실을 가짜라고 강변한다. 특히 진실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정치인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진실이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다.

필자도 언론 생활을 한 바 있지만, 언론인 스스로 진실의 수호자가 되려면 권력자. 광고주. 취재원, 그리고 언론사 내부의 익숙한 관행에 대해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가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오죽하면 가짜 뉴스로 덕을 본 정권은 문재인 정권이고, 피해를 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라는 말도 떠돌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언론매체의 보도가 중요하다.

진실한 정보가 뒷받침될 때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꽃이 제대로 필 수 있는 것이다. 언론매체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 거짓 정보가 판을 친다면 국민들의 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고, 국가 존폐 위기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년 말에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친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청와대는 외교관례에 따라 친서내용을 그대로 공개할 수는 없다며 김정은이 내년에도 남북관계와 북. 미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 실천의지를 다시 한 번 대외적으로 천명했다고 반겼다.

북한 김정은은 처음부터 ‘종전선언’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위상을 세우고 대외무역을 쉽게 하기 위한 ‘대북제재 완화’ 일 뿐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또다시 한국의 군비 증가와 군사훈련을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보통 협상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싶을 때나, 협상 상대를 적대시하더라도 잃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할 때 이런 수법을 쓴다.

북한이 서울 답방을 질질 끌며 남한을 비난하는 것을 감안 하면 계산은 이미 선 것 같다. 얻는 게 별로 없는데, 김정은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부담을 안고 답방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문 대통령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관심도 없고 열의도 없다.

만만한 문 대통령을 압박하며 시간 끌기 작전을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친서에도 답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친서에서 김정은이 한 말이 아니라 하지 않은 말이다. 이번 신년사에도 들은 말만 있었지 정작 듣고 싶었던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 되길 바란다.”는 엊그제 문 대통령의 성탄절 메시지가 야당과 언론, 국민들로부터 썰렁한 대접을 받자 청와대가 못내 섭섭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당황하는 눈치다.

대통령의 덕담조차 덕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의 인색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 본 적이 있느냐” 는 일 년 전 시민들의 애끓는 호소는 아마 내년 이맘때도 틀리지 않을 것이란 슬픈 예감으로 다가온다.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려면 집권층의 능력보다는 솔직하고 투명한 대응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애매한 말 잔치로 국민을 현혹하며 위기를 빠져나가는 것은 독선과 특권일 뿐이다.

20년 집권이니 뭐니 하면서 하는 정치적 구호에 휩싸여 눈먼 정의만 얘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경제는 물론 우선, 안보 고립화 현상을 되돌려야 할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보다는 걱정부터 앞서는 게 지금의 국민들의 삶이다. 촛불 정신을 구현하고 국가의 모든 제도를 정의와 원칙에 따라 다시 짜겠다던 문재인의 다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국민이 주인인 정부와 더불어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권위주의와 소통 부재의 상징이던 박근혜 정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맞을 수 있다는 희망이 고문에 불과했음을 아는 데 일 년 반이면 족했던 것이 우리의 아픔이다.

그뿐인가 경제를 살려달라는 서민들과 청년들의 아우성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청와대와 여당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그 어느 정부 못지않게 컸다. 적폐청산과 남북. 북. 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또한 절대적이었다.

집권 초반에는 이제야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대통령을 만났구나 싶었을 정도다. 많은 국민들의 생각은 말만 진보가 아니라 일도 잘하는 능력 있는 진보의 모습을 원했고, 기대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는 꼴을 보니, 하는 일마다, 아마추어 수준이고 하는 일마다 미숙하다. 뒷북대책만 내놓고 말 돌리기 명수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혁신성장과 공동경제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취업률은 더 떨어지고 고용지표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은 이미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 지지율 급락은 올 여름 폭염과 세밑 겨울 혹한의 기온차이만큼 극적이다.

경제 악화를 지지율 급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지만, 대북관계도 만만치 않다.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왜 이리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율이 하락되는 것일까? 총론의 방향성이 아무리 옳다 해도 각론이 약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 대통령이 언제부터인가는 거짓말쟁이 양치는 소년으로 되어버렸다. 말 돌리기에 능숙한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집권 이후 국민들과의 약속이 남북관계 이외에 이뤄진 게 없다. 지지율 하락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촛불시민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고 정권을 잡은 후 달라진 것이 무엇이고, 나아진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이라도 문 정권은 욕심과 아집,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내려놓고 자숙하며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바라기는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에서 정의와 진실을 찾아내는 그런 ‘기해년’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리하여 국민 모두가 우리는 과연 ‘행복한 나라의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의 대북관계와 경제만 보아도 불행의 징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개편하고 정책 등 대북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2019년이 시련의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칫 저주받고 망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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