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애도 성명…"안전한 치료환경 보장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지난해 31일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에 대해 애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학회는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과 동료에게 애도를 전하고 "고 임세원 교수는 그의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 자신이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의 고통을 경험한 치유자로서,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고 밝혔다.

고인은 또한 직장정신건강영역의 개척자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책임자로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 사회의 리더였다.

학회는 "진료현장은 질병의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는 아름다움이 넘치는 희망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재발과 회복의 반복을 일선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치료현장은 결코 안락한 곳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환자에겐 지속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의료 제도 하에서 이러한 사고의 위험은 온전히 정신과 의사와 치료 팀의 스텝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남아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정신과 환자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도 있는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고인의 동생을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주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고인의 유지를 전달받았다. 이에 권준수 학회 현 이사장(서울대 교수)와 박용천 차기 이사장(한양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와 함께 학회 홈페이지에 추모의 공간을 개설해 전 회원이 임 교수를 애도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안전하고 완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현황 조사 및 정책방안들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고인이 사망하기 보름 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명복을 기원했다.


- 얼마 전 응급실에서 본 환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신 선생님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긴박감과 피냄새의 생생함 그리고 참혹함이 주된 느낌이였으나 사실 참혹함이라면 정신과도 만만치 않다.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삶의 가장 힘겨운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한가득 입원해 있는 곳이 정신과 입원실이다.
고통은 주관적 경험이기에 모두가 가장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 상황에 처해 있는 관찰자 입장에서는 그중에서도 정말 너무 너무 어려운, 그 분의 삶의 경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혹함이 느껴지는,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도대체 왜 이 분이 다른 의사들도 많은데 하필 내게 오셨는지 원망스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그 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 이렇게 유달리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퇴원하실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가 어느 새 가득 찼다.
그 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또한 그 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좀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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