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한 지우를 대하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과거 김대중을 흠모하며 민주당의 열성당원으로 전라도 광주 일고 출신임을 자랑하던 지우인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심지어는 ‘그 자가 나라를 망치려고 한다.’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라면 치를 떨었던 그 지우는 광화문 촛불 집회에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갔던 지우다.

1년 반 전만 해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당연하게 생각한 지우였다.

그런 지우였는데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불통’과 ‘독선’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초기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받아들여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더니 요즘 하는 꼴을 보니 말로는 소통과 협치를 말하면서도 ‘자기 사람’만 쓰는 모습에 너무 실망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는 귀를 막고, 자기 생각대로만 밀어붙이는 ‘고집불통’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자신 스스로가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도 하나같이 지켜지지 않는데도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광주 일고 출신에 김대중 열렬 지지자였던 그의 변신에 놀라움과 함께 진실은 학연. 지연을 떠나 언젠가는 밝혀지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으로 한 경제 정책이 실패하자 그 책임을 물어 문 대통령은 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에도 정책실장을 자신의 최측근이자 왕 수석으로 불리는 김수현 전 사회수석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여권에서조차 김 수석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문재인 뜻대로 밀고 나갔다는 사실이다.

남북문제도 그렇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의 갈 길을 가겠다.’는 아집과 독선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다가는 결국 민중봉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문재인의 작태를 보면 촛불을 들었던 자신의 열성지지자들만 의식하고 무모한 짓을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촛불시위에 나왔던 사람들이 모두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닌데 문 대통령이 심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북. 미 대화도 예상과는 달리 지지부진하다. 한반도 비핵화도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다. 진전된 것이라고는 전방부대가 철수되고, 방어벽이 무너지고, 초소가 철거된 것뿐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의 활로를 찾겠다던 문재인의 구상도 흔들리고 있다. 안보는 물론 경제마저 갈수록 악화일로다.

문재인이 주사파와 운동권 출신들이 있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독주하고 있다. 지금 안보위기와 더불어 한국 경제 분위기가 파산 일보 직전이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커졌지만 정부의 역량과 책임감은 전 정부보다 못하다. 강성귀족노조는 문재인 일등공신을 자처하며 연봉 4000만 원짜리 일자리 1만 개를 만들자는 ‘광주 형 일자리’마저 거부했다.

성장과 고용이 무너지면서 신산업의 동력이 고갈되는 등 이 나라의 경제에 외환위기의 망령이 어른거리고 있다.

그런 현실이 두렵고, 대통령을 잘못 뽑은 자신의 죄가 서글프기만 하다.

과도한 최저임금인상은 일자리를 더 쪼그라들게 하고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100만의 청년 실업자들이 아우성치는데도, 문 대통령은 북한 지원 예산만 늘리려고 안달이 나 있다.

남쪽 대통령이 맞기는 맞는 건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던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을 1년 반 만에 17위권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재인 임기 중에 세계가 비웃을 OECD 국가 최하위국가가 될 것 같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것인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문 대통령을 보면서 과거 이승만 초대대통령 시절, 서슬 퍼렇던 곽영주 경무대 경찰서장(현 대통령 경호실장)이 생각난다.

곽영주 서장은 대통령의 귀와 눈을 막을 정도로 횡포가 심했다. 당시 경무대 직원들은 곽 서장의 지시대로 대통령이 질문을 하면 무슨 일이든지 ‘다 잘되어 간다.’ 라는 말만 했다.

그런 상황이니 이 대통령은 현실과 민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세상에서야 그런 일이 벌어질 리 만무하겠지만, 문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가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건 왜일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하고, 고용참사가 계속 이어지는데도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한 것이 그 대표적이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어 열린 입이 닫히지 않을 정도다. 또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경제침체에 따른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국민에게 여전히 확신과 희망을 안겨주지 못했다. 얼마 전 여.야 정국정상협의체 첫 회의에서도 새만금과 관련해 ‘다른 지역도 태양광을 하고 싶어 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새만금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면 전국 각지에서 서로가 하겠다고 할 줄 생각한 모양이다.

강원도 고성, 양양, 충북, 충남 천안,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설치반대시위를 하며 난리를 치는 것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청와대에 제2의 곽영주가 있어 대통령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문 대통령이 민심을 저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그래서 남북문제도 그런 의심이 든다. 기분이 찜찜하다. 비서실에서 입맛에 맞는 정보만 거르고, 이를 가공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발칙한 상상마저 드는 것이 나의 지나친 편견이 아니길 바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대통령을 직접 만나 건의를 하고 싶어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며 “국무회의가 끝나고 얼른 대통령 옆으로 가서 건의를 할 수도 있지만 청와대 참모들 눈치를 보려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실토한다.

과거 내시가 ‘사슴을 말’ 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신하들이 왕 앞에서 모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슴을 말’ 이라고 한 때가 생각나며 지금이 그 짝이 난 게 아닌가 우려된다.

자칫 꼭두각시가 되었는지 모를 문 대통령이 측은해지는 마음이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국민의 원성이 계속적으로 높아진다면, 과연 문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된다.

그렇다 해도 지금부터라도 문 대통령이 수시로 국민을 직접 만나 민심과 현실을 파악하기를 부탁한다. 그래야 추후에 심판대에서 정상참작이라도 되지 않겠나.

조선시대 영조는 관청에 상소한 상인들을 불러 몸소 얘기를 듣고 문제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호조판서 등 대신들을 파직하기도 했다.

왕정 때도 나라를 바로 운영하기 위해 국왕이 그렇게 국민들의 진솔한 소리를 들었는데, 하물며 21세기 남한 사람, 남한 대통령이 ‘무뇌 한’ 이라는 소리를 들어서야 하겠는가.

세계적으로 망신만 당하고 있다는 문재인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싫다.

문재인은 ‘귀를 씻고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고사성어 ‘세이공청’을 명심했으면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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