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태 교수 "치료의 질 확보에 초점"…"환자 접근성 강화 목표"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 공청회에서 국내외 제약사들은 입을 모아 '또 하나의 약가인하 기전'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공단 용역 연구를 진행한 김흥태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사후관리는 약가인하의 방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며 일방적 약가인하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임상적 유효성이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약제이거나 비용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불분명한 약제, 재정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약제, 질병위중도가 큰 약제 등은 평가 대상에 올라 급여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흥태 교수
7일 건보공단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재약 사후관리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김흥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와 관리방안'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급여 등재 후 의약품의 효과를 평가하는 시스템과 객관적 기준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효과가 없다면 공정하게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내 도입된 면역항암제를 예로 들면서 "급여 결정 이후 1개의 면역항암제가 재정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임상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약사가 주도하는 임상의 경우 활동도가 나쁜 환자, 뇌전이가 있는 환자, 고령의 환자, 조직검사 어려운 환자 등을 제외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다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여되고 있다"면서 "서울대병원의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투여 결과를 보면 환자의 30%만 임상시험 등록 기준을 만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까다로운 조건의 임상시험에서는 낮은 부작용을 보였던 면역항암제는 막상 시판돼 모든 환자에게 사용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관찰되고 있다"면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독성이 5%, 치료 중단한 사례의 세포 독성은 10~20%, 80% 전후로 독성이 보고되는 등 임상과 현장에서의 괴리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미해결 문제가 있음에도 급여되고 진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면서 "임상시험에 나오지 않았지만 암이 급속도로 빨리 자라는 경우도 관찰됐다. 폐암에서 16%, 방광암에서는 4명 중 1명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약사가 진행하는 임상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 예후가 나쁜 환자보다 더 빨리 나빠지고 생존기간 또한 단축된다"면서 "용량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때문에 임상과 현장의 괴리를 막기 위해서는 임상현장근거(Real World Evidence, RWE)를 기반으로 등재 후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 경제성을 재평가하거나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연구의 목표를 "지금은 없는 재평가 기준을 마련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건보재정을 확보하고 환자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흥태 교수의 주제 발표에 이어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의 '고가의약품 사후관리방안 및 제도운영원리'와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약제 급여 등재 후 평가, 대상선정과 방법'이 잇따라 발표됐다.

"제약사, 기업 이익 시각으로 평가를 바라봐" 지적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연구용역'의 주요 내용들이 발표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제약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측과 KRPIA는 연구의 목적이 새로운 약가인하 기전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김흥태 교수는 이에 대해 "약가인하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알고 있고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관련된 자료는 모두 공개할 것이다. 약제사후관리위원회는 거버넌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위원회에는 이해관계 당사자인 환자단체, 제약사, 시민단체를 비롯해 다 들어올 것"이라면서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가 지적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는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하면서 "개인정보는 비식별화되면 더 이상 개인정보가 아니다. 공익의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비식별화 관리를 철저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수용성에 대한 심평원의 우려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는 약가인하 방법이 아니다. 방향성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의 질 확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에서도 가장 이슈로 삼고 있는 것이 자료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다"면서 "임상연구를 하는 것과 허가 임상 자료 연구와 똑같이 퀼리티는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대호 교수는 약가 연계성을 우려하는 제약기업의 입장과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들은 뒤 "임상적 이익과 약가는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약가인하를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임상실험과 리얼 월드는 실제 차이가 난다"고 전제하면서 "제약사가 요구하는 약가가 우리의 가치에 맞는 약가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건을 파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만으로 가격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맞춰서 효능을 발휘하느냐는 점에서 저는 약가인하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것을 따지고 들면 시간이 걸리고 급한 암환자는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제약사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볼루맙과 이필루맙은 8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2조를 벌어들였다. BMS는 (개발비)다 털었다고 생각한다. 그 약제는 현재 약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깎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에서 약에 대한 유효기간을 2년이나 5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것이 약을 퇴출한다, 허가를 뺏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급여에서 빼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급여에서 빠지더라도 유효성을 보인 부분이나 그 약이 잘 듣는 환자 등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약제의 급여 상실 여부에 대해 경실련과 환자단체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안기종 환자연합 대표는 "약이 해가 된다면 퇴출되는 것이 맞다"면서 "효과가 없는 경우는 기존 환자들에게는 급여를 유지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민 경실련 정책위원은 "신약은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나가는 퇴출구가 없다"면서 "더 좋은 신약과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면 그것에 상반된 약이나 기술은 퇴출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유효성 불확실한 약제, 급여 진입은 문제"

곽명섭 보건복지부 과장은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는 다양한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수용 가능한 모델을 구축해 효율적인 집행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곽 과장은 "그동안 임상적 유효성이 현장에서 그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 (학계와 의료계에서)관리 방안이나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면서 "이 업무를 담당하면서 느낀 게 (약제가 급여권으로)들어올 때 힘들고 나갈 때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문제제기에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초기에는 진입단계를 보다 나중에 보니 포지티브 이전의 약제에 대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면서 "이전에 약가인하가 몇 번 있었고 목록정비도 있었으나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포지티브 이후 들어오는 약제, 기존 약제에 대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보험자로 보면 불확실성이 너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불확실한 약이 급여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곽 과장은 "연구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임상적 유효성이 건보 진입 단계에서 제대로 됐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면서 "공단에 이야기 한 것은 수용 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런 연구들을 통해 (관련 제도를)효율적으로 집행을 해야 하고 연구나 평가작업이 되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면서 "각 기관에 맞는 부분을 살펴보면서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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