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 법·제도 미흡 지적…"적절한 인센티브 필요" 강조

메르스 사태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등 사회·경제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병원 내 감염(의료관련감염)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아직도 법과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염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와 의료계, 학계 모두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양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은 1일 롯데월드호텔에서 2018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료관련감염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은 의료관련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인력이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며 "그러나 현재 감염내과 전문의 수가 260명이 채 안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에는 300병상 당 감염전담의사 1명을 두게 돼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서울아산병원만 해도 2700병상이기 때문에 감염전담의사 10명이 있어야 하는데 의사 수가 부족해 쉽지 않다"며 "Big 5병원도 그런 상황인데 중소병원은 사정이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방의 한 중소병원의 경우 감염관리실을 설치했는데 감염내과 전문가가 아닌, 산부인과 교수가 주임교수로 있다고 귀뜸했다.

이 같은 현실은 감염관리가 병원경영측면에서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력 부족도 부족이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감염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

김 이사장은 "의료기관은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기준만 맞추려고 한다"며 "의료관련감염을 제대로 예방하려면 최소 현재의 1.5배 인력이 필요하고 인센티브를 제도화해서 평가결과에 따라 수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관련감염은 항생제 내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감염관리 전문가 활용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의료관련감염이 중요한 이유는 다제내성균이나 슈퍼박테리아가 생기면 환자의 사망위험과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항생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외과나 응급실에서 감염내과에 환자를 의뢰해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력과 수가체계에서는 환자가 나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감염내과 자문의뢰비가 4000원이다. 그것도 한달에 4번밖에 인정이 안된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수입이 보장돼야 감염관리 인력확보 위한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의료관련감염 및 항생제 내성극복 문제는 법과 제도를 포함해 국가와 의료계, 학계 모두 노력이 부족했다"며 "당장 위기감을 못느끼고 있지만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감염학회는 감염관리 적정 인력과 감염관리료 등 수가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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