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가 너무 커지고 엄청 무거운 것 같다. 청와대 비서실 조직은 어림잡아 490명이다. 전 세계를 상대하는 미국의 백악관은 377명에 불과하다.

백악관의 법정인원은 450명, 현 인원이 377명으로 훨씬 밑돌지만 미국 언론들은 그 인원도 많다고 지적한다.

문 정권이 들어서면서 청와대 몸집이 예상외로 커졌다. 몸집이 거대해지는 만큼 권력에 힘마저 커진 것 같다. 부처를 누르고 독주를 하고 있는 현상이다.

심하게 말해 행정부도 여당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제는 동종교배(同種交配)라는데 있다.

청와대 경제라인을 보면 정책실장 이하 경제수석. 사회수석. 그리고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 심지어 문정인 특보까지, 모두가 대학교수 출신이다.

그것도 모자라 진보 성향일색이다. 주사파 출신 비서실장도 전향하지 않은 진보 성향.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곳이 바로 청와대다.

그런 만큼 정부기관보다 힘이 세어질 수밖에 없다. 동종교배의 문제는 집단사고의 함정이다.

청와대의 추세를 보면 ‘지략(智略)가’인 인재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의전행사도 그렇고 누군가의 연설문도 내용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경제부총리도 머리를 싸매고 고심초사한다.

사법부 또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와의 관계가 불편하다고 하면서도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눈치 보기는 “군”(軍)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청문회에서 합참의장 후보는 ‘김정은을 ‘신뢰하느냐 안 하느냐’를 묻는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더해주었다.

군 장성까지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측은한 생각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어느 정권보다 더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언급하면 모든 게 다 성역이 되는 것 같다. 더 이상의 논쟁은 금지되고 무조건 완수해야만 하는 목표가 된다.

지금 상황을 보면 청와대 경제라인은 큰 정부를 등에 업고 시장과 대접전을 불사하고 있는 태세다.

노동은 보호받고, 대접받아야 할 대상이고, 기업은 손봐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우리 주위에선 활약공간을 이동하다 추락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시민운동가로 유능함을 인정받았다가 행정가 된 순간 벼락을 맞은 분도 있고, 군인으로서 명성을 떨쳤으나 정치인으로 낙점을 받으면서 똥별이 된 분도 적잖다.

특히 청와대에 입성한 학자들에게 그런 경향이 많다. 저명한 교수출신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 정의롭게 보이던 법학 교수는 인사검증 업무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며, 논란을 부르질 않나. 어느 특보는 말을 꺼냈다가 문제가 되면 ‘학자적’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며 둘러대지를 않나. 좋은 뜻에서 선량한 학자 특유(?)의 예정조화설이 행정 일선의 리얼리즘 앞에선 어림도 없는 모양 세다.

어느 조직에서나 구성원은 역량의 한계점까지 승진한 뒤 자연스럽게 무능한 상태로 남게 된다.

‘피터의 법칙’이 있다. 백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50~60 정도의 자리에 있을 때는 매우 유능해 보여 관심이 모아지며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다음 단계로 승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백 십의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 가는 순간 뭔가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무능력자로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이런저런 지적이 나오면서 ‘퇴출’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무능한 상사는 무능한 부하를 승진시키는 성향이 다분하다. 무능이 무능을 부르는 악순환이 작동한다. 그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역량 종점에 도달해 무능한 상태로 눌러앉는 이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금 청와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으스스해진다. 무능도 병이라 한다. 특효약이 없다. 제대로 된 인격자라면 각자 자신의 역량을 깨달아 맞지 않는 자리는 사양했어야 했다.

최고 통수권자가 불러도 가지 말아야 할 자리는 알아서 피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치열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대통령을 위시해서 청와대는 몇 년 한 서린 한(恨)을 품은 패거리들이 무슨 잔칫상에 올라탈 듯한 분위기에서 ‘적폐청산’(敵斃凊散)가를 부르고 있다. 권력이란 영원하질 않다.

지금까지는 유능하고 힘이 있어 보였지만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 무력자로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국민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 머지않아 그런 철퇴를 맞는 무능 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정부만 ‘3% 끄떡없다’고 장담하며 경제성장 운운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경제연구기관이 올 성장률을 2.7~2.9%로 낮추어 잡고 있는데, 모두가 미래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들이다.

한국경제가 침체의 마지막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정치꾼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해도 통계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와대와 뜻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수 없는데, 파산 직전까지 왔는데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면서 그 후유증을 메우기 위해 또 국민의 혈세를 퍼줄 태세다.

이런 임시방편의 땜질 요법은 오래가지 않는다. 국민만 빚쟁이로 내몰 판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감사에 앞서 행정부에 감사를 받을 때 업적을 소상히 밝히라면서도 야당의원들에게는 협박성 비난을 했다. 평화협정비준을 놓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비준을 해주지 않는다며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정부안이라도 절차를 갖추지 않고,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거부할 수도 있다.

야당을 탓하기 전 야당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먼저다.

정작 문 대통령은 야당이 국민의 알권리를 막았다고 했지만 대통령이나 여당, 청와대는 남북한과의 관계에서 국민의 의사를 얼마나 반영했는가 묻고 싶다.

군부대 철수, 서해안 5도 구역설정 등을 임의로 정한 것이야말로 대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에게 의사를 물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한 대선공약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무조건 따라주기만을 강요하는 것도 월권이며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문 정부는 경제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특히 남북평화 협정은 더욱더 그렇다. 안보위기를 느끼는 많은 국민들이 정부가 잘 되고, 나라가 보존되고 실패하지 않길 바라는 충정 어린 애닮픈 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 청와대, 여당이 되어주기를 소망해본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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