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발병 지형도 최신 분석…생존율, 美·유럽 보다 높아

왼쪽부터 김남규 교수, 허혁 교수, 오재환 교수, 원영주 교수

국내 암 중 2위를 차지하는 대장암 중 직장암은 줄어든 반면, 결장암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구형 식생활이 원인으로 대장암으로 인한 생존률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허혁 교수와 국립암센터 오재환·원영주 교수는 중앙암등록본부가 보유한 대장암 환자 32만 6712명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논문을 최근 펴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장암 종류별 발병 현황부터 치료 성적까지 면밀히 분석해 국내 대장암 예방과 치료의 새 기준을 정립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장암은 2015년 기준 국내에서 2만 6790건이 발생해 암 종류 중 두 번째로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도 전체 암 중 성별을 불문하고 3위 전후를 차지하는 주요한 암이다.

연구팀 분석 결과, 전체 대장암 중 결장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한 반면 직장암의 비율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1996년~2000년까지 대장암 중 결장암 비율은 49.5%였지만 지속적인 증가 추이를 보여 2011~2015년에는 66.4%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직장암의 비율은 50.5%에서 33.6%로 감소했다.

김남규 교수는 "적색육·가공육·당분·정제된 곡물 섭취가 많은 서구화된 식생활은 비만, 당뇨와 연관성이 높고,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며 "최근 연구는 서구화된 식이가 특히 원위부 결장암과 연관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별에 따라 결장암 중에서도 발병 부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좌측결장암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여성은 우측결장암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996~2000년 남성의 전체 대장암 중 좌측결장암 발병 비율은 23.6%에서 2011~2015년 33.3%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성의 우측결장암 발병 비율은 17.7  %에서 25.4%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에 따른 대장암의 발병 부위 차이는 남녀의 식습관 차이와 더불어 유전적 요인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치료 성적 세계적 수준…생존율 58.7%→75%

국내 대장암 치료 성적은 이러한 직장암을 필두로 최근 20년 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에 발표된 글로벌 암 생존율 분석에 따르면 결장암과 직장암 모두 국내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미국‧유럽 및 아시아 국가와의 비교해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전체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1996~2000년 58.7%에서 2011~2015년 75%로 뛰었다. 이 중에서도 직장암 환자의 생존율은 57.7%에서 74.6%로 높아져 전체 대장암 중 가장 높은 생존율 향상을 기록했다.

발병 비율이 높아진 결장암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우측결장암은 63.1%에서 73%로, 횡행결장암은 62.1%에서 74.6%로, 좌측결장암은 64.0%에서 78.35%로, 직장구불결장이행부암은 56.9%에서 75.1%로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다만 병기가 높은 대장암의 경우 생존율 향상 폭이 크지 않았다. 대장암 1기 혹은 2기 초(Local)인 경우 2006년~2010년 5년 생존율이 92.8%, 2011~2015년 94.7%로 매우 높았고 2기 말이거나 3기(Regional)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78.8%에서 81.6%로 생존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간‧폐‧복막 등으로 원격 전이가 나타난 4기(Distant)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생존율이 19.7%에서 19.6%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남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거와는 다른 한국인들의 대장암 발병 경향과 원인을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를 통해 국내 대장암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간편하고 민감도 높은 검사법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연구가 촉진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더불어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국가적 공공보건사업의 확대와 지원을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담긴 ‘Characteristics and Survival of Korean Colorectal Cancer from Korea Central Cancer Registry Data’는 대한대장항문학회지(Annals of Coloproctology) 2018년 8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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