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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기쁨과 행복
2018년 09월 27일 (목) 09:46:31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5일에 걸친 긴 추석(秋夕) 연휴도 어느덧 지나가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왔다. 기쁘고 풍요로워야 할 때지만 마음 편치 않은 이들이 유달리 많았던 올 추석인 것 같다.

최저나 최악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일자리 상황 때문이다. 특히 취업자 수가 역대 정권 이래 가장 감소폭이 크다는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굳이 지적하자면 문 정권이 줄기차게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 이나 ‘최저임금제’ 등의 문제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정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신중하게 계획했어도 실패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라면 자존심 버리고 바로 궤도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그 많은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할 일에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것으로,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뜻’의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정부의 뻔뻔한 태도다.

행여 정부가 힘으로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효과를 볼 것으로 착각하며 집단 자기 최면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전철 안에서 외국 사람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얼핏 보니 중년의 남성인데, 차림새를 보니 한국에 취업을 하러 온 필리핀 사람 같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데 말은 알아들 수 없지만 매우 다정한 말소리다.

추석 명절 휴무에 가족에게 가보지도 못하고 안부를 묻는 것 같은 데, 그의 음성에서 따뜻한 온정의 느낌을 준다.

명절날 타국에서 밥은 제대로 챙겨 먹었는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순전히 내 기분에서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 낯선 이국인에게 외로움과 함께 아픔을 느꼈다.

밥이라도 사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마음뿐이다. 전철에서 내렸어도 온통 그 이국인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자신의 나라말로 길게 통화하고 있던 이국인의 심정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오랜만에 모국의 고향 말이나마 실컷 하면서 타국에서의 긴장감과 피로와 외로움을 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장시간 고향 말로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위안의 마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명절에 고향 집에 가지 못하는 것만큼 많이 공감할 설움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추석 명절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비롯한 형제자매와 이웃,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향 맛이 나는 고향음식, 어머니의 손맛이 나는 옛 추억의 음식을 모두가 함께 먹으며 고향 말로 그동안 살아온 날들의 얘기를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하다 보니 요즘에는 명절이라고 꼭 고향을 가야 한다는 개념이 없어진 것 같다.

미리 갔다 오든지, 아니면 지나서도 간다. 그래도 그 풍성하고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한 고향음식들에 대한 기대감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한 여론기관에서 직장인과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 이상이 이번 추석에 고향을 가지 않겠다고 했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송편과 잡채와 산적과 녹두부침 같은 추석 음식에 대한 그리움까지 잊지는 못할 것이다.

암튼 그런 명절에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명절을 맞는 설움만큼은 무엇으로든 채울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일까 고향에도 못 가고 추석을 혼자 지내는 일명 ‘혼추족’을 위한 식품업체가 다양한 종류로 선을 보이고 있어 이들에게 다소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비록 고향은 못 가도 고향 음식 맛을 볼 수 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매년 이맘때면 필자도 2시간 거리에 있는 어머니가 계신 고향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올해는 안타깝게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지난해부터 아흔이 넘으신 어머니가 노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기 때문이다.

고향에도 갈 수 없을뿐더러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고향음식도 먹을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우울한 추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추석 다음 날 사위와 외손녀들과 함께 어머니가 계신 지방의 요양병원에 갔다.

핼쑥한 모습의 어머니가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이하신다. 큰아들인 필자만 찾는다. 손녀이기도 한 큰딸이 어머니(할머니)의 등을 두드려주니까 계속 시원하다고 말씀하시며 좋아하신다.

또 증손녀들까지 할머니의 등을 안마해 드리니까 무척 행복해하신다.

긴 시간을 얼마나 외로워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쩜 어머니의 손맛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후회와 함께 허탈해지는 마음이 된다.

자식들이 곁에 있어서일까 어머니가 졸린 듯 눈을 껌벅이신다. 필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장가를 불러주시며 등을 토닥이듯 지금은 아들인 필자가 어머니 가슴을 톡톡 치며, 합창단 공연 때 부른 합창곡을 들려 드렸더니 잠이 드셨다.

그러면서도 꼭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으신다. 그 모습이 참으로 평온해 보이면서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온다. 언제나 ‘오늘’일 것만 같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늙은 부모들에게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도 어머니를 뵈면서 깨달았다. 그런 어머니가 내 곁에 계신 것만 해도 행복하다.

문득 어느 소설가가 행복의 속도는 소달구지 속도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주위의 사람과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여유 있게 가는, 그것이야말로 적당한 행복의 속도라고 했다.

우울한 마음으로 귀가했지만 다행일까 외손녀들이 집에 와서 저녁 식사도 함께 하고 늦게까지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떨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

이번 추석에도 예외 없이 어려운 이웃에 쌀과 과일 등 생 필수품을 추석을 앞두고 이틀에 걸쳐 직접 전달했다. 특히 이번에도 아내의 배려로 인근 경비원들에게도 정성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행복과 함께 소중한 삶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50여 년 사회봉사를 하지만 나눌 수 있어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올 추석도 감사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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