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의 작태를 보면서 과거 우리 선조들이 조공을 바치기 위해 수백 명의 사절단을 대국인 중국으로 보낸 것이 떠오른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 때아닌 방문단을 구성, 함께 가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무슨 체육대회도 아니고, 학술세미나도 아닌데 200여 명을 이끌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수행원들이 회담장에 들어갈 일은 없다.

회담에는 두 정상들만 참석한다. 그런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수백 명을 막대한 예산을 투입, 수행하게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삼권이 분리되어 있는 우리나라인데 국회의장단과 정당 대표에게 사전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참석을 권고했다. 어쩜 내심으로는 정부를 평양으로 아예 옮기고 싶었나 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청와대 입맛 꼴리는 대로 정당 대표를 초청해놓고 이를 거부하자 대통령이 즉각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고 억지 논리를 편다.

이게 어찌 당리당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의전 절차가 잘못된 것임에도 적반하장이다. 무조건 자기 의사에 따라야 한다면 그건 독재다.

한 술 더 떠 대통령 비서실장은 TV 초청에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 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는 야당대표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하는 글을 재차 올려 야당 대표를 ‘졸’(卒)로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도 부족해 청와대는 한병도 정무수석을 각 야당대표를 방문케 해 설득작업을 했지만 실패했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라고 해도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인데, 불과 평양 방문 며칠을 앞두고 200명 규모의 수행단도 모자라 굳이 정치권을 끌어들이고자 고집을 부리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사전조율도 없이 게릴라식 정상회담 동행 요청이 청와대의 독선이자 당리당략이 아닌가 묻고 싶다. 지금 200명의 명단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고 있다.

결국 청와대는 예상치 못한 야당의 거센 반발로 한 발 뒤로 물러서 “같이 가실 수 있는 분들과 같이(평양에) 가서 국회 차원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에 2986억 원을 추가로 편성하는 내용의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청와대가 제시한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된 내년도 총예산은 4712억 원이다. 실제 판문점 선언에 있는 사업을 위해서는 최소 4조 원, 최대 38조 원이 들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청와대는 내년도 비용만 적시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며 순간만 떠넘기려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판문점 선언’ 그 자체만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비준을 고집하기에 앞서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판문점 선언에는 ‘~하여야 한다.’라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항이 하나도 없다. 단지 ‘~ 하기로 하였다.’라는 선언적 조항만 있을 뿐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못을 밖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예산도 문제지만 이런 문구만으로는 북한에 ‘법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판문점 선언 비준’을 서둘러 추진하려는 문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하는 눈이 예상외로 많다.

문 정권이 바라는 평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단지 문 정권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가뜩이나 석탄 밀반입 사태 등으로 틈만 나면 북한 편을 드는 대변자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방북했던 정부의 대북 특사단의 결과도 시원치 않은 것 같다.

18~20일 예정대로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갖는다는 것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는 이례적인 내용이다.

북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미국도 가타부타 평가가 없다. 변한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신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4.27 판문점 선언이 비준될 경우 최대 수혜자는 말할 것도 없이 김정은 정권이 될 게 뻔하다.

미국은 북한은 물론 문 정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는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수없이 깼던 북한의 ‘전과’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의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비핵화를 약속하는 북한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질 행동은 보지 못했다. 비핵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사실상 미국이 지적하듯 판문점 선언 이후 넉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전무하다. 오히려 이 기간에 핵 개발을 계속해 핵무기 개수를 더욱 늘렸다는 소식만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판문점 비준을 재촉하기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국회와 국민들에게 공개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여당은 그동안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야당을 소외시키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회담까지 열렸지만 비핵화는 여전히 꼬여 있다. 미국은 한국의 문 대통령의 말만 믿고 여기까지 왔다는 불만의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의 핵 포기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혼밥’을 하고도 대접을 받았다는 방북 특사가 북한의 말을 좋게 해석해 세상에 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다.

일이 더 꼬이는데도 말이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으로 비핵화의지. 한·미 훈련 이해 등을 직접 얘기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설령 불편하고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어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실질이행에 있어 과감한 결단을 내리도록 설득을 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억대에 달하는 국고를 낭비하면서까지 굳이 평양을 갈 필요가 없다. 비핵화가 없는 남북관계 개선은 공허한 외침이자 시간 낭비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재정 추계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은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이 비준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비용 추계의 적정성을 놓고 여야 간 의견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듯 북한의 대변자 같은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 한반도 운전자는커녕 조수 노릇도 어렵다는 것을 청와대, 정부,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분노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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