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회장 영입설 재등장…인력 한계 고스란히 드러내

어떤 영역에서든 발전과 혁신을 이끄는 리더를 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정부가 나서 지원을 약속한 산업이라면 무게는 더 클 것이다.

현재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에서 전문지식과 경영 노하우를 갖춘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그 정점에 앉아야 할 회장을 찾고 있다.

원희목 전 회장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받으며 지난 1월 자리에서 물러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회장 모시기'에 항상 고충을 겪어왔던 협회는 원 전 회장의 사퇴로 갈원일 부회장과 이정희 이사장이 이끄는 '대행체제'를 유지해 왔었다. 이 기간 협회 이사장단은 회장에 맞는 다양한 인재들을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확히 6개월 후 제약바이오협회는 '어게인 원희목'이란 카드를 조심스럽게 꺼내들려 하고 있다. 원 전 회장이 11월이면 취업 제한 기간이 끝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없다는 구체적 영입 배경까지 덧붙여졌다.

이처럼 '우리끼리'라는 가치를 최우선 덕목으로 생각하는 업계 관행은 산업의 발전을 좌우하는 시점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24일 열린 이사장단 회의에서는 '인물 영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회장 공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재 영입에 나서야 한다는 논의를 하는 선에서 회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동안 충분히 인재 영입에 나섰어야 할 이사장단이 정작 인재 영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현실적이고 타당한 대안을 찾기보다는 타성에 젖어 '아는 인물'을 재논의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회 '회장 모시기'가 난항을 겪은 것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인재가 나타나도 내부의 반대로 좌절된 일은 허다하다. 반대의 조건은 다양하다.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거나, 협회 운영을 잘 모르거나, (운영하는)회사 규모가 작거나, 회장의 자리에 오를 나이가 안됐거나, 너무 혁신적이거나...

여기에 새로운 인재 영입을 가로막는 정점은 '우리끼리' 정신의 잔존이다.  '우리만 알아야 하는' 내용을 외부인인 회장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문화는 새로운 인재 영입을 스스로 막는 장벽이 됐다.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은 이제 막 움트기 시작했다.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제약회사들도 연구투자에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의 정보 장벽도 4차산업의 도래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산업도 그 기류에 편승하는데 협회만 머물러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정신에 회사는 편승해도 '협회'만은 예외 대상이다. 이런 시각이 협회 회장의 긴 공석을 재연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 협회에 필요하다. 새로운 인재라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

타성에 젖어 우리끼리만 문제를 감싸안고 해결해 나가는 시대는 지났다. 협회가 미래를 생각하고 발전을 바란다면 틀을 깨고 과감히 회장을 영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급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이 영역에서 스스로 제한을 두고 장벽을 세우는 모순을 이제는 접어둬야 한다는 말이다. 

관련해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 정책에 관계 기관이 협력을 취하고 있다. 유능한 바이오기업들도 세계 시장 진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은 인력 풀이 조금 유연해지기 시작한 때다. 굳이 '내사람'을 찾지 않아도 될 적기란 의미다. 협회가 회장 선발의 엄격한 기준만 유연하게 조절한다면 훌륭한 인재를 회장으로 영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결실을 맺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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