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와 시인의 공통점? 길 찾아주는 신호등 같은 역할 아닐까"
두 번째 시집 '먼 훗날 그대 그리고 나' 출간
'시 쓰는 약사' 김학철 시인이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먼 훗날 그대 그리고 나'를 출간했다.고향 강릉에서 산을 타고, 바다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성을 오롯이 시 속에 담은 그는 왜 시를 쓰는가? 라는 질문에 머쓱해 하며 "아직 답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웃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쑥스럽게 웃던 시인은 약사와 시인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는 "갈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라는 답을 내놨다.본인이 느낀 감성을 글로 지었으니, 이 글이 독자에게 다가가 감동을 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그는 자신에게 있어 시는 '생명'이자, '혼을 불어 눈물을 닦는 것'이며 '끝까지 잡아야 할 호흡'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글을 통해 다른 이에게 위로를 주고 희망을 주려는 김학철 약사를 지난 1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온누리약사복지회 창립 28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그의 시집 100권이 이날 기증됐다.-먼저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묻고 싶다.
약사는 기본적으로 이과출신이다. 그러나 문과적인 생각, 인간적인 보완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이과적으로만 치료할 수 없다. 사물에 대해 느껴야 하고 환자의 심성도 봐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감성이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나의 경우지만 어릴 적 곧잘 글을 썼다. 진로는 약사로 정했지만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오다 지난 2008년 등단했다. 약사사회 내 '약사문예'라는 창구가 있어 응모를 시작해 거기서부터 시인의 길을 걸어왔다.
-김학철 약사가 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개인적으로 내가 느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가 여유가 될 때 글(그는 굳이 '시'라는 표현에 한정하지 않았다)을 쓴다.
약사가 왜 시를 쓰냐고 물었는데, 정답은 모르겠다. 단순히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내 글을 읽고 어떤 영혼이 살아난다면 얼마나 좋겠냐. 좋은 글은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고 영혼을 위로 한다. 내 시 단 한편이 단 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단한 삶을 위로한다면 그걸로 족한다.-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
어떤 시인이 그랬다. 시집을 내서 시 하나라도 어떤 사람의 기억에서 존재하면 성공한 것이라고. 그럴 때 시는 독자의 것이 된다.시를 읽는 사람마다 각기 감동이 다르다. 꼭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은 없지만 제 글의 진솔함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본인도 희망을 보고 일어섰으면 한다.
어찌 보면 약사와 시인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시인은 마음을 위로하고 약사는 몸을 치료한다. 더 정확하게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제 시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오늘 행사에서 100권을 기증했다.온누리약국복지부회라는 단체가 많은 좋은 일을 한다. 약사들이 내는 회비를 통해 필요한 곳에 약을 전달하고 도움을 준다. 내 시집이 나왔기에 나도 조금의 도움을 보태려 100권을 기증했다.
내가 몸이 약국에 있어 마음이 있어도 하지 못했던 것을 이 단체에서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행사에서 약사님들이 공감해주시고 동참해 주시면 더 고마울 것 같다.
-앞으로 시인으로 활동 계획이 있다면?그냥 이대로 제 길을 가는 것이다. 약사 역할도 하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글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시가 곧 내 생명이다.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지금처럼 가겠다는 것이 내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