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관계 훼손…"약사회 사업계획, 심각한 문제有"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동참하려면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보건보지부의 '2018년도 민관자살예방사업 시범사업'에 약사회가 참여하는 것을 두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수면제로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환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약사들의 개입은 의사와 환자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신경정신과학회는 28일 오후 성명을 내고 "약사회의 게이트키퍼 교육 동참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부적절한 개입은 반대로 올바른 치료를 방해하게 될 수 있다"면서 "약사회가 자살예방 사업에 동참하려 한다면 게이트키퍼로서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학회는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이번 약국자살예방사업을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하고 이에 대한 수가화를 추진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면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약국들에 상담료를 10회까지 지급해 약 1억 3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어 "이는 약사회가 자살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진정성없이 수익모델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발언"이라면서 "자살예방에 비전문가이자 비의료인인 약사들이 상담료 수가의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55만 게이트키퍼에 대한 모독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또 근무시간에 교육을 받는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자살고위험군을 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치료기관으로 연계하지 않고 10회까지 상담한다는 계획 역시 심각한 문제로 즉각 중단되어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선진국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참여하는 것은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고 자살고위험군의 조기경고 증상을 발견하면 환자에게 자살예방상담전화, 치료기관 등 도움을 구할 정보를 알려주거나 주치의에게 연락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병의원을 방문하고 처방을 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한 환자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당신이 자살위험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 상담을 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저해할 우려가 무척 심각하다"고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학회는 또 "환자의 임상적 진단과 상태가 어떠하고 어떤목적으로 약물을 처방하였는지 의사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근거 없는 자살위험을 고지한다는 것은 의사환자관계를 해치고 환자를 혼란에 빠뜨릴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마저 ‘자살위험약물’로 낙인 찍어서 경계해야 할 위험한 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면서 "환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해 처방한 약물을 ‘자살위험약물’이라고 환자에게 고지하고 정부에 상담료를 청구하겠다는 약사회의 시범사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의료인이 어떤 협력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학회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근거기반의자살예방정책은 반드시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한다"면서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그 효과와 사회적 기여가 검증된 근거기반의 정책이 추진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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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학회는 "약사회의 이번 사업은 기존 전문가들의 헌신과 노고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자신들의 영역 확장으로보는 잘못된 의도를 넘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의사환자관계만 훼손할 수 있는 무모한 시범사업을 즉시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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