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맛비에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길 때마다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의 느티나무가 처참하리만큼 부러졌다.

수원 영통구에 있는 수령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줄기. 잎에 젖은 빗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갈가리 쪼개져 쓰러진 모습이 언론. 방송. 포털사이트에 실렸다.


불연 듯 나라에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가 시작도 안 되고, 분명하지도 않은 데, 문재인 정부가 들뜬 기분에 너무 앞서 가는 것 같아서다.

시급한 민생경제는 외면한 채 북한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하는 평화지만 그 평화는 어느 한 쪽만의 바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또한 평화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군(軍)의 힘도 강해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휴전 상태인 남북이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급진적으로 평화를 강조하며 종전선언을 서두르고 있어 다수의 국민들은 일손을 놓고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의 초청으로 분주하게 나들이를 하며 인기 상승한 김정은에 비해 문 대통령은 제대로 국빈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도 상한다.

지금 최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김정은은 그 기세를 업고 우리에게 한국 분계선(MDL)에서 양측이 6Km 이내 정찰을 중지하고, 40Km 이내에서 전투기 등 비행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 와중에 우리 정부는 한 술 더 떠 종전선언을 성급하게 추진하려고 한다.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이 그동안 의례적으로 실시해오던 한미연합사 훈련을 중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군’까지 훈련을 중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답답하다. 정상 회담을 했어도 아직은 준 전시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장해제 같은 훈련을 중지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자칫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술수에 말려들어 적화통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정권은 그만큼 의심을 할 정도로 색깔이 진하고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직은 북한과는 대치 상태고 경계를 해야 할 상황에서 정찰을 중지하고, 훈련까지 중지한다는 것은 군대를 없앤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훈련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하는 것인데, 북한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훈련까지도 안 한다면 그 군대는 있으나 마나 한 군대가 될 뿐이다.

군인(사병)들의 외출. 외박, 횟수를 늘린다는 것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군인은 일반인과는 다르다. 평화 시에는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전쟁을 대비해 조직된 집단의 조직원이다.

평상시라도 최소한의 군 병력만 남겨놓고 부대를 비워둘 수는 없다. 똑같은 인격체지만 군대는 사회인과는 차별화할 수밖에 없는 별도 조직이다.

안타까운 것은 국방부가 이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르려는 모습이다. 절대 위기임에도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6.25 참전 용사 추도식에 기상여건을 이유로 불참을 했다.

불참이유는 기가 막히게도 폭우와 낙뢰다. 그러나 그날 부산에서는 축구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연평해전 전사자들 추도식에도 외유를 이유로 참석지 않았다.

광주 5.18행사, 세월호 추도 행사에는 정치인들이 단체로 대거 참석하면서도 정작 나라를 지키다 산화 한 전몰장병들의 추도식은 외면하고 있고 심지어는 국방부나 군 수뇌부조차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에게 추도의 마음으로 하는 6. 25행사가 광주 5.18행사나 제주 4.3폭동 사건보다 못한 행사로 여기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천둥 번개가 무섭기는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비를 맞으며 러시아 무명용사 탑에 헌화를 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았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송환된 자국민 3명을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서 맞이하며 위로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지금 북한에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되어 있음에도 강하게 송환을 요구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전쟁을 하다 전사한 군인을 대하는 두 대통령이 생각난다.

미국 역대 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는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미국의 남북 전쟁이 한창일 때, 죽음 직전에 있는 병사를 대신해 편지를 대필해주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 그 병사가 숨을 거둘 때까지 그의 곁에서 따뜻한 용기의 말들을 들려주었다.

반면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영결식에는 불참하고 일본에서 열린 축구 결승전을 참관했던 우리나라 대통령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참석지 않으면서 장 차관을 비롯해 정부의 관계자들도 영결식에 참석지 않았다.

그런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탔다. 그는 “북한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없다. 만약 핵 개발을 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김대중 대통령,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렸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군인을 돌보지 않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며 이민을 간 유가족도 있었다.

광주 5.18사태와는 완전하게 대조를 보였다. 링컨 대통령, 러시아의 푸틴, 미국의 트럼프와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해보자. 참으로 비통하고 불행한 국민이 아닐 수 없다.

나라가 요지경이 되다 보니 정의와 진실은 왜곡되고 비정상이 정상처럼 되고 불의가 정의로 둔갑을 했다.

이제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추모의 달인 보훈의 달인 6월도 지나간다.

어찌하다 보니 나라를 지키려다 산화한 군인 경찰보다 반(反)정부 시위를 벌이다 사망했거나 놀러 가다 죽은 사람이 더 대우를 받고 영웅이 되는 대한민국이 되어버렸다.

조국을 지키다 순직한 경찰, 군인을 국가와 지도자가 돌보지 않는다면, 그 어느 누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키려 하겠는가.

더구나 국가 최고 통수권자라면 더욱더 전사한 군인들과 유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수하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하고, 마음의 눈과 귀를 잘 가꾸어 국민의 작은 소리까지도 들어야 한다. 잘못된 정치를 하면, 비록 사람이 해하지 않아도 하늘이 반드시 벌할 것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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