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여전…치매·뇌졸중 비해 소외"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왼쪽)과 데이비드 고 전 남가주대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는 수 천억원을 투자해도 성과가 나기 어렵지만, 뇌전증은 50억원만 지원해도 30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에 발병하는 국민적 뇌질환인 뇌전증 환자들이 치매나 뇌졸중 환자들에 비해 소외받고 있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다른 질환과 다르게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신음하고 있는 뇌전증 환자를 위해서는 최신 진단·치료 장비 구비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15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뇌전증 환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간질'이라는 병명을 '뇌전증'으로 바꿨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들은 학교생활, 취직, 결혼 등에서 많은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약 30%의 뇌전증 환자들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수술인데, 여기에 필요한 진단·치료 장비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홍 회장은 "뇌전증 진단·치료에 필요한 대표적인 3대 장비가 뇌자도, 삼차원뇌파수술 로봇 ROSA, 내시경 레이저 수술장비이다"며 "그러나 이 모든 장비가 우리나라에는 한대도 없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두개골에 2mm~8mm의 작은 구멍을 뚫고 침전극을 삽입하는 삼차원뇌파수술이나 레이저 수술이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러한 장비가 없어 여전히 두개골을 크게 여는 수술로 환자들의 치료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치매의 경우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지원되지만 뇌전증은 한푼도 지원되지 않는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가 전국에 한대씩 살 수 있게 50억원만 지원하면 뇌전증 환자가 검사·수술을 받으러 외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매센터와 같이 뇌전증 환자도 사회적 차별로 인해 상담받을 수 있는 '뇌전증지원센터'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치매는 외부로 드러내는 질환이지만 뇌전증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숨어드는 질환"이라며 "뇌전증 환자들이 치료, 사회적응, 재활, 사회적 불이익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뇌전증지원센터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NIH·CDC 통해 뇌전증 환자 지원

데이비드 고(David Koh) 전 미국 남가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국의 뇌전증 환자 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고 교수는 "미국 정부는 NIH(국립보건원)와 CDC(질병통제예방센터)를 통해 뇌전증 원인과 치료방법을 연구하는데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며 "또 일반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TV나 라디오 공익광고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치매는 완치가 안되지만 뇌전증은 70%까지 완치가 가능하다. 완치 가능한 질환은 지원을 안하고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은 질환만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 아니다"며 "정부의 지원 하에 전국에 뇌전증지원센터가 설립되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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