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프랭클린 P 애덤스의 말이다.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정치란 덜 나쁜 년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년 놈이, 그년 놈이라고, 미리 단정하고, 투표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제일 나쁜 년 놈들이 다해 처먹는 거다.

이번 지방선거결과를 보면서 필자가 느낀 솔직한 감정이다. 이번 선거가 그렇게 되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다르고, 살아온 과정과 처해 있는 현실 또한 각기 다르다.

생각이 모두 똑같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라 할 수 있다.

정치를 꿈꾸는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비전도 그래서 유권자마다 다를 것이다.

비슷한 물건을 내놓고 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그것처럼 곤욕스러운 일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이 바로 그렇다.

심지어는 대권 후보들이 내놓을 공약을 공약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공약(空約)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남발했다.

어느 후보는 유세 차 위에서 넓적 엎드려 절까지 하는 후보도 있다. 문제는 후보들이 공약의 차이점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기타 정치. 사회 이슈도 매한가지다. 이렇다 보니 반드시 누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왜 정당별 정책의 차이가 없을까? 결국 생각하는 것과 보는 눈이 똑같기 때문일 것이다.

보는 눈과 생각이 달라야 정책 등 공약이 달라질 텐데, 후보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보수는 보수다운, 진보는 진보다운 모습으로 분명히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했어야 하는 데, 아쉽게도 상대방 흠집 내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 같다.

6•13 지방선거의 17개 광역단체장과 12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당초 우려한 대로 더 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정당별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민주당은 14곳, 자유 한국 당 2곳, 무소속 1곳이 당선됐다.

재보선 12곳에서도 민주당이 11곳, 한 국당은 1곳만 당선자를 배출해 보수진영은 결국 몰락하는 양상이 되었다.

이번 선거 역시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선택했다. 여당의 압승으로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여권 역시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쥘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야권은 메가톤급 후폭풍이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야권은 지도부의 줄사퇴가 벌어지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 된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들의 압승이다. 현직 진보교육감 11명 모두 당선,  17개 시•도 가운데 14곳에서 승리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울산에서도 진보 교육감 당선됐다. 재선•3선의 경험까지 갖춘 진보교육감들이 현장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도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재야단체의 폭력시위에도 가담하고, 대한민국 헌정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친북세력(disloyal opposition)과도 함께 구호를 외치고, 천안함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의 주장과 흡사한 주장을 하는 친북세력에 눈치를 보면서 국회에서조차 독자적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

이런 사실로 미루어 정당의 구실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여당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과연 국익을 앞세워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어 정권을 창출해 내는 정당이 될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고사성어 ‘소리장도’(笑裏藏刀)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면전에서는 좋은 말만 꾸며대면서 속으로는 해칠 생각을 갖고 있는 정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온화하게 웃고 태도도 겸손했지만 속으로는 해칠 칼을 숨기고 있는 구밀복검(口蜜腹劍)과 같다.

중국 당나라 6대 현종이 양귀비에 깊이 빠져 국정을 어지럽힐 때 자신을 위협하는 충신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제거한 간신 이임보의 수법이다.

그런 간신 같은 자들이 여당과 청와대와 정부 각 기관에 무수히 박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리장도’는 또 다른 뜻에서는 상대에게 자신을 믿게 해 안심시킨 후 허를 찔러 공격하는 계책이기도 하다.

적과 대치할 때는 이 수법을 쓸 수도 있지만 정치에서 이런 수법을 쓴다면 이는 신의를 저버리는 비인간적인 전략행위다.

그래서 문 정권이 적폐청산을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보복 정치’로 비춰지게 되는 것이다.

집권 2년째가 되는 문 정권, 경제 파탄에 이어 비정상이 정상처럼 되어버리고 질서도 없고, 자기주장만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에 당선된 당선자들, 자력으로 당선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다짐한 시인 윤동주같이 대체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정치하려는 당선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다수 정치인들은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르고 낯가죽 두꺼운 철면피(鐵面皮)나 후안무치(厚顔無恥),후흑(厚黑)이라 손가락질받는 자들이다.

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정치인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큰소리치며, 오히려 남을 꾸짖는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자들이 당선 되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지만 마크 트웨인의 ‘모든 권력을 한 정당에 맡기는 것은 나쁜 정치에 보험을 드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촛불시위로 정권을 쟁취한 문 정권, 지지도에 들떠 여론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만 세를 과시하며 오만한 행동을 지속한다면 앞날은 결코 밝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도 별 탈 없이 맞췄다. 트럼프가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한국에 ‘미군 철수’도 가능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늘의 남북 긴장은 남쪽 정부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핵은 누가 만들었으며, 금강산. 천안함. 연평도 해전은 어떻게 발생하고 누가 저지른 것인가.

원인은 북한에 있는데도 여당은 오히려 보수를 겨냥 냉전세력, 전쟁세력으로 내몰아가며 여론을 호도했다.

그들이 저지른 행위를 덮어두고 무조건 평화를 외치고, 종전선언을 외친다고 평화가 오고, 보장되는 건 아니다.

모두가 막연하게 북한과 잘 지내자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게 된 모든 것은 무능한 보수에도 있지만 정도(正道)를 걷지 않고, 국민의 귀와 눈을 멀게 한 언론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나 하나쯤이야’ 라며 정치와 경제가 어떻게 되든 무관심을 보인 국민 유권자에게 있다.

대한민국에 향후 결과가 어떻게 되던 자업자득이다. 여당이 독주하며  교육감마저 진보세력이 압승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우는 대한민국.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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