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血)의 역사가 흐르는 강이 있다.

금강산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넘고 강원도 양구. 화천 평화의 댐과 한국 전쟁 때 국군이 중공군을 대파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파로호(破虜湖)라는 친필 휘호를 내렸던 인공호수인 파로호를 거쳐 경기도 남양주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북한강이 바로 피의 역사가 흐르는 강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화천의 북한강은 아군과 적군의 피가 폭포수처럼 흐르던 강이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평화를 염원하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화천을 향하는 까닭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긴 세월 비바람에 삭아버린 십자가 모양의 비목이 구멍 뚫린 녹슨 철모를 쓰고 궁노루 뛰놀던 평화의 댐을 벗한다.

무명용사의 젊은 영혼이 깃든 거친 돌무덤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있고 뭉게구름은 무시로 휴전선을 넘나든다.

조국의 국운 상승을 기원하는 무명용사들의 간절함이 베여나는 것일까, 갑자기 나타난 햇무리와 채운(彩雲)이 포연 자욱하던 하늘을 오색 무지 개빛으로 물들인다.”

지난 5일, 공군전우회 전우들과 동작동 현충원을 방문, 호국 영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헌화를 했다.

6월 6일은 오늘이 있기까지 조국 수호를 위해 산화(散花)한 호국 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현충일이지만 아쉽게도 이날이 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한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날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날은 가무(歌舞)까지 금지되어 유일하게 유흥점도 쉬는 날이었다.

야외행사도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의 의미가 우리 가슴에서 지워지고 있다. 5일 현충원에는 안타깝게도 6.25전쟁과 월남전을 겪은 노장들만 눈에 띌 뿐,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아야 할 젊은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세월 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여당 의원과 일부 사회시민단체들, 광주 5.18묘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치되어 있는 봉화 마을은 여당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경쟁이나 하듯 버스를 대절, 단체로 방문하면서도 정작 나라와 민족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잠든 현충원에는 발길이 뜸하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5.18 광주사태로 생긴 광주 묘역에서 무릎 꿇고 위선의 눈물 흘리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 한 정치인의 과욕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광주시민. 학생과 유가족을 기만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역이용하려는 정치꾼들에게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정신이 있었다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정치를 잘못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어지럽힌 죄를 속죄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여. 야 의원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남. 북이 갈라지고,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휴전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폐지. 국정원 기능축소, 미군 철수,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부류들은 도대체 어느 쪽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더 아쉬운 점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쓴 ‘자서 전’에 미국 대사에게 “왜 너희들 맘대로 38선을 그어 우리나라를 분단국가로 만들었느냐‘ 고 질타를 했다는 것이다. 그분이 참으로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오히려 하늘이 도와 남쪽 반이라도 찾을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하는 데 말이다. 미국이 그때 38선을 긋지 않았다면, 또 소련이 미국 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가 이처럼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 당시 이미 소련은 북한 땅에 진주하고 있었고, 협상조건이 될 수 없었지만 소련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또 유엔군 파병에서도 소련이 상임이사회의에 참석지 못하면서 한국 파병이 이루어졌음을 생각할 때 하늘의 뜻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가 16년부터는 천안함 피폭 등 제2연평 해전(海戰)기념행사를 국가 차원에서 치르면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국민의 호국 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 4월 천안함 및 연평도 해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추도식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 정치인들, 시민단체회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신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6.25전쟁은 안으로는 민족분단을 더욱 고착시키고, 밖으로는 동. 서양 진영 냉전을 격화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다.

6.25 전쟁은 결국 남북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원인으로 분단되었기 때문에, 분단국가의 어느 한 쪽 세력이 주도해 한반도 지역 전체를 무력으로 통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왜 우리는 한국 전쟁이 일어 난지 반세기가 흘러갔는데도 6.25 전쟁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가.

그것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일 뿐만 아니라 같은 민족끼리 상잔했던 비극적인 아픈 상처를 잊지 않고자 하는 데 있다.

최근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조만간 북미정상회담도 이뤄지겠지만, 우리는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민족이다.

분단의 원흉인 북한의 만행은 용서하되 그 상처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바람이 있다면 6월 한 달 만이라도 여야 정파를 떠나 한마음으로 호국 영령들에게 추모의 마음을 갖고 유가족들을 위로하자.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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