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박사가 책에서 들려주는 의사로서의 삶의 보고, 삶의 궤적은 그의 정신과 품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 사이사이 담긴 학(學)과 덕(德)의 깊이는 후배 의사는 물론, 우리 일반인들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깊은 가르침을 준다.
이 책 속에는 허 박사가 의술을 통해 맺은 인연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 인연 중엔 시인 박목월, 이당 김은호, 평보 서희환 등 문화예술계 인맥은 물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있다. 하지만 허 박사가 정말 잊을 수 없는 인연들은 평범한 환자들이다.‘사람 배에 지퍼 다는 연구나 해라’라며 호통 치던 환자 덕분에 그는 간 내 담석이 소장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측도(側道)형성술을 개발, 이후 많은 담석 환자들의 고통을 치유해주었다. 이런저런 환자들과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은 허 박사의 따뜻한 인술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허 박사는 순천향대학병원 개원부터 합류, 의료원장과 대학원장을 거쳐 그곳에서 정년퇴직을 했다. 정년퇴직 후 70이 넘은 나이에 의사 인생 2막을 보훈병원 원장으로 보냈다. 보훈병원 재직 시를 회고한 글에서는 그가 얼마나 많은 개선과 개혁을 통해 명(名) 병원장의 모범적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