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시행된 유연근무제는 정착…사노피, 포괄임금제 폐지 '유일'

다국적제약기업 정부 움직임 예의 주시

"지금 할 수 있는 건 6월에 발표되는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 정도다."

한국시장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제약기업들은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을 근무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탄력근무제) 도입에는 발 빠르게 반응한 반면 포괄근무제 폐지에는 다수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디팜스투데이가 국내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요 다국적제약기업 15곳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여부와 포괄임금제 폐지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한 10개 제약기업들이 모두 유연근무제(탄력근무제)를 도입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포괄임금제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노피만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유연근무제 도입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10개 제약사 모두 적용 중이었다. 이 중 오츠카제약만이 전직원 대상이 아닌, 만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에 한해 시행되고 있었다.

다국적제약기업 관계자는 "유연근무제 도입은 벌써 10년 전에 시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다국적제약기업들이 적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영업, 마케팅 등 외부 활동이 많은 일부 부서의 경우는 근무시간 자체를 주 단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마다 유연근무제 명칭이 다르거나 운영 내용이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대부분 하루 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율하는 선에서 유연근무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재택근무에 적극적인 지원을 펴는 다국적제약기업도 있었다. 임직원이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있는 직군에 한해 시행되고 있었다.

다국적기업 한 임원은 "정직원에 한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재택근무 역시 장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재택근무는 현장 영업직을 제외한, 독립적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한 직종에 한해 가능하며, 매니저의 승인 여부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자는 부서 업무와 특성, 환경, 팀의 서비스 제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 고려해 가능하다고 판단된 임직원이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다국적제약기업들은 해외 본사의 근무형태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 유연근무제 시행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포괄임금제 폐지, 임금의 격차는 어떻게?

사실 이번 취재의 핵심은 포괄임금제 폐지에 따른 다국적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진행했으나 대부분의 다국적제약기업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윤곽을 살펴보고 난 뒤 검토하겠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조사한 10개 다국적기업 중 사노피만이 유일하게 지난 4월부터 포괄임금제 폐지에 발맞춰 급여 지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사노피 관계자는 "실무를 담당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간외 근로 수당을 포함한 기존 급여액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부득이한 사유로 주 4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초과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노피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포괄임금제로 인한 임직원의 실질 급여 감소 등을 해소하고자 지난 4월 1일부터 기존 급여액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사노피는 휴일과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보상체계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노피의 적극적 포괄임금제 폐지와 달리 대부분의 다국적제약기업들은 "검토 중", "정부 발표 이후 대책 마련", "직원들의 의견 수렴 중"이라는 소극적 답변을 보였다.

한 다국적제약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제도 도입 위해 직원들의 의견수렴을 중"이라면서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충분한 휴식 속에서 생산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다국적제약기업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두고 회사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포괄임금제 폐지로 가닥을 잡긴 했으나 언제부터 할 것인지, 임금 지급 폭을 두고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다국적제약기업 관계자는 "회사측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면서 "폐지 후에도 시간 외 근로 수당을 포함한 기존 급여액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할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폐지시기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워라벨'은 최근 국내외 제약기업 종사자에게 가장 핫하게 오르내리는 단어다. 그만큼 제약산업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들이 삶과 일의 고른 병행을 열망한다는 의미다.

앞선 제도 시행으로 일과 휴식이 잘 조율돼 보일 것 같은 다국적제약 임직원들도 우스갯소리로 "별을 보고 출근하고 별을 보고 퇴근한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꺼낸다.

제도 시행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반영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연근무제의 시행보다 실행이 중요하고 포괄임금제 폐지의 선언보다 실제적 폐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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