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국내 사용약제 2개 불과…신약 도입 시급"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이하 CDI) 감염으로 인한 중증 또는 재발환자가 증가해 사망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DI 치료에 쓸 수 있는 약물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는 신약 도입이나 치료제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3~4% 정도이던 CDI 중증환자가 최근 10% 이상 늘어나고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최근 중증이나 재발에 관여하는 특정 균주가 발견됨에 따라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CDI는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소가 보통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한 후 결장의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 균은 병원 내에서 항생제 사용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며 "1~2주에서 한달 정도 잠복기를 거쳐 장염을 일으키는데 항생제를 중단할 경우 보통 증상이 10~12일 내 사라지지만 최근 중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재발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망률 높은 중증 환자 10% 가량 늘어

중증의 CDI나 재발은 병독성이 강한  'BI/NAP1/027'라는 균주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균주에 의한 사망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사망사례가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해결책으로 병원 내 감염관리를 꼽았다. 그러나 철저한 격리를 필요로 하는 대책은 현재 우리나라 감염관리 현실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대다수 병원들의 격리실은 현재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와 CRE(카바베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환자가 차지해 여력이 없다"며 "정부도 CDI 환자 격리를 권고하지만 병원에서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항생제 내성대책에 CDI가 포함됐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감염관리가 불모에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선 약물에 대한 폭넓은 보험급여 적용과 신약 도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중증 CDI 치료에 쓸 수 있는 약은 메트로니다졸과 반모마이신 두 개뿐"이라며 "CRE 치료에 약을 돌려막기 하는 것처럼 CDI도 마찬가지"라고 심각성을 털어놨다.

신약 도입·급여 확대 논의 필요

우리나라는 1차 치료에 메트로니다졸을 쓰고 이후 반코마이신을 쓰는데 반해, 최근 미국의 경우 '피닥소마이신'이라는 새로운 약이 나오면서 미국의료역학회(IDSA)와 미국감염학회(SHEA) 등 진료지침에서 메트로니다졸 대신 반코마이신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메트로니다졸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배제하는 트렌드로 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코마이신을 먼저 쓸 경우 (급여를)삭감당한다"며 "새로 출시된 치료제의 국내 도입은 논의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약 도입과 함께 백신 개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DI 예방백신 개발은 화이자와 사노피가 진행해왔으나 사노피는 임상 3상 도중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개발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격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예방백신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화이자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 임상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우선은 중증 CDI 치료제 도입이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CDI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고 환자의 격리를 포함하는 감염관리가 필요하다"며 "전국 병원에서 발생하는 CDI 감염자수부터 파악하는 것이 국내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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