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5월 첫 돌을 맞는 아이를 둔 김모씨는 돌잔치 준비로 정신이 없고, 행사 당일 아이 컨디션을 고려해 뒤로 미뤄둔 예방접종 스케줄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최근 뉴스를 통해 평년보다 빨리 일본뇌염주의보가 발령됐고, 생애 첫 일본뇌염 접종을 하는 생후12개월부터는 본격적인 유행시기보다 적어도 한달 전에는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마침 아이의 예방접종수첩을 살펴보니 ‘일본뇌염(사백신) 일본뇌염(생백신)’이라는 항목이 눈에 띄었다. 비슷한 시기에 맞춰야하는 접종이 몇가지 되지만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최우선으로 스케줄을 미리 잡아뒀다.

해마다 여름에 유행하던 일본뇌염이 올해는 주요 감염매개체로 알려진 작은빨간집모기가 평년보다 빠르게 부산에서 발견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뇌염은 주로 7~8월에 유행하지만 문제는 최선의 예방법인 예방접종시기를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는 것. 일본뇌염은 나이와 무관하게 감염될 수 있고, 특히 영·유아는 본격적인 유행시기보다 적어도 한달 전에는 첫 접종이 이뤄져야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4월 1일,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를 서둘러 발령한만큼 일본뇌염 예방책에 대해 살펴보자.

나이와 무관하게 감염되는 일본뇌염
일본뇌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뇌염은 99%이상은 무증상이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드물게 발열,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며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특히 후유장애로 의식변화 국소신경장애, 운동장애, 혼수상태, 뇌전증 같은 위중한 신경학적 또는 급성 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뇌염의 20~30%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매개체는 일본뇌염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왜가리에서 모기를 통해 사람으로 전염되며, 우리나라에서는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매개체다.

봄철 기온상승에 따라 모기의 활동시기가 빨라진만큼 야외활동이나 가정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매개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키는게 중요하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감염내과 이기덕 교수는 “일본뇌염 자체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한번 걸리면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만큼 면역이 약한 영·유아는 예방접종이 필수며, 성인에서도 일본뇌염이 유행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가거나 체류하는 경우에는 접종을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면역 약한 아이들에게 치명적, 미리미리 예방접종 일정 챙겨야
영·유아는 성인과 달리 뇌가 발달중이고,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빈도가 높진 않지만 뇌경색, 뇌출혈 등 뇌신경학적 후유증이 발생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본뇌염은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모체 면역이 상실되는 생후 12개월부터 만12세 아동은 표준일정에 맞춰 예방접종을 할 수 있으며, 계절과 상관없이 접종 받을 수 있다.

1983년 일본뇌염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고 2015년 기준으로 92.5%의 접종률을 기록하며, 소아에서의 일본뇌염 발병이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현재 완벽한 치료법은 없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면역형성이 최고의 예방책인 것.

우리나라에서 접종하는 일본뇌염 백신은 크게 생백신(인위적으로 독성을 낮춘 살아 있는 일본뇌염 바이러스 이용)과 사백신(열과 화학약품으로 바이러스를 죽인 후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을 정제) 두가지로 나뉜다.

완전접종 시 두 백신의 면역효과는 비슷하지만, 기간과 횟수의 차이가 있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는 “생백신은 2년동안 2회 접종, 사백신은 12년 동안 5회 접종으로 완전접종이 이뤄진다.”며 “첫 접종 이후 백신 종류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완전접종까지 횟수와 기간을 포함해서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항체가 줄어든 성인도 사각지대, 일본뇌염 환자의 90%가 40세 이상
실제로 일본뇌염 환자의 90%가 40세 이상으로 나타난다. 1983년 예방접종사업에 일본뇌염이 포함되면서 당시 30세 이상 연령군부터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내는 중화항체의 역가가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렸을 때 예방접종을 하니까 시간이 되면서 항체가 줄어들어 다시 감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뇌염 모기에 물렸다 해서 모든 사람에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만을 보인다. 드물게 뇌염을 보이는 경우에는 매개체 모기에 물린 후 2~15일의 잠복기를 거쳐 뇌염증세를 보인다.

치료법은 대증적인 치료로 뇌압이 상승되면 뇌압을 떨어뜨려 주는 요법,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항경련제 사용 등이 있다. 후유장애에 대해서는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항경련제를 사용하고, 언어장애, 편마비 등은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그 외 신경통이 있을 때 신경통 약물을 처방한다. 뇌전증 진단을 위해서는 뇌파검사를, CT, MRI를 통해서 뇌손상 여부를 파악하고 영구적 손상여부를 예측한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신경과 이정주 교수는 “만약 뇌염증상을 보여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드물게 후유장애가 남아 언어장애, 지능저하, 반신위약 등을 보일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식물인간 상태로 지낼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질병에 대한 특별한 약물이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접종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Tip. ‘일본뇌염주의보’ 예방수칙
첫 접종 가능한 생후12개월, 예방접종 일정을 미리 챙긴다.
야외활동 시 밝은 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어 피부노출을 최소화한다.
모기가 흡혈하지 못하게 품이 넓은 옷을 착용한다.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을 자제한다.
노출된 피부나 옷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한다.
매개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 주변의 고여있는 물을 없앤다.

[도움말: 을지대 을지병원 감염내과 이기덕 교수,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 신경과 이정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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