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성폭행 등을 폭로하는 '미투'(Me Too)운동이 문학계를 비롯한 연예계, 종교계, 학계, 영화계 등 전 사회적으로 연일 확산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성희롱, 성폭력 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협의체(여성가족부•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합동)를 구성하고, 3월부터 100일간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특별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성폭력처벌법에 명시된 모든 성폭력 범죄로 즉시 퇴출 대상 범위를 넓히고, 파면•해임과 달리 당연 퇴직은 이의신청이나 소송 등 구제절차를 신청할 수 없도록 법규를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교육부는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TF’를 운영하고, 학교 내 성폭력 가운데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조사반을 꾸려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부처나 기관이 성범죄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성희롱 고충처리 옴부즈맨’으로 배치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 5개 부처가 합동으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 보완대책’을 발표했지만, 과연 대통령이나 정부의 권위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갈지 의심스럽다.

이제까지 문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꼴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문학계, 연예계, 종교계, 학계에 이어 정치계까지 성추행 사건이 유행처럼 터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간만 가기를 바라는 눈치다.

지난달 20일 강원도 평창 술집에서 옆자리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ㅅ의원의 비서관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진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ㅅ 청년분과위원장의 성폭력 전력(前歷)까지 수면위로 드러났음에도 불구, 일할 기회까지 줬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여성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청와대 ㅌ행정관의 삐뚤어진 성 의식에 면죄부를 주는 등 감싸고 있다.

또한 전직 국가 원수의 나체 사진을 국회에서 들고 전시를 했던 ㅍ의원에게도 저지는커녕 박수를 보낸 정권이다. ㅍ의원의 나체 피켓을 비난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너나 잘하세요.” 라며 냉소를 보였던 여당 여성의원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성추행 사건 이외도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포탈 등으로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을 고위직에 앉힌 정권이다.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당시 청와대에 파견됐던 해군 부사관의 인턴 성희롱 사건도 흐지부지 처리됐다. 자신들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청와대와 여당의원들의 민낯에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적폐청산을 내걸었던 정부 여당이 제 발이 저려서일까 성폭력 문제나 인사 결격에 대해서는 이상 하리만큼 조용하고 자기 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

고작 한다는 게 솜방망이 처벌 정도다.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를 보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아끼던 측근과 가신이라도 큰 목적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엄격한 규율을 지켜 기강을 바로잡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쉽지 않다.

마속은 삼국지의 전략가인 제갈량의 지우인 마량의 동생이다. 마속은 제갈량의 지시를 어기면서 참패를 당한 촉의 용맹한 장수다. 모든 신하들이 패장이 된 마속을 처형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제갈량은 마속이 용맹스러운 장수임에도 불구, 군율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패전의 책임을 물어 참수형을 내렸다.

그러니 ‘영’(領)이 바로 설 수밖에 없다. 자기 식구는 감싸면서 남에게는 책임을 묻고 처벌을 하겠다고 규정을 강화한다면 과연 ‘영’이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묻고 싶다. ‘영’이 바로 서려면 제갈량이 마속에게 행한 것처럼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엄격해야 한다.

현 문 정권을 바로 보는 여성들의 수치심은 이제 인내할 수준을 넘어섰다. 청와대에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 비난의 대상이었던 자가 비서관으로 존재하고 있다.

또, 5대 악(惡)의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 자신은 당선 후 이에 해당하는 인사들을 척결하기는커녕 고위직에 기용,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고 악의 근원지를 만든 참담한 현실이 서글프다. 과감하게 척결될 적폐들이 오히려 비호를 받으면서 활개를 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생선 싼 종이엔 비린내 나고 향 싼 종이엔 향내 난다고 했다.

과거 새누리당을 겨냥해 성(性)누리당 이라고 비아냥 거리던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 성 민주당’소리를 들을 판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마지못해 정부가 내놓은 것이 고작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특별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인가?

성추행도 문 정권은 ‘내로남불’인가? 적폐를 안고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이다. 영(領)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제갈량처럼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적폐대상인 측근과 가신들부터 먼저 엄격하게 베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청와대에 그런 부류가 존재하고 있는 한 누군들 법을 무서워하고 지키려 하겠는가.

학계, 의료계, 종교계, 예술계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 하지만 그 폭로에 응답할 자세를 우리 사회는 갖추고 있는가, 미투 운동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최근 늘고 있는 용기 있는 폭로에 우리 사회가 유행처럼 반짝 관심으로만 반응하는 건 아닐지, 정치만큼이나 걱정스럽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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