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희 교수 “세레자임과 편의성·안전성 비슷”

고셔병치료제에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

한국샤이어가 보유한 비프리브(성분 베라글루세라제알파)는 고셔병 환자의 장기간 효소 대체 요법으로 사용되는 약제인데, 이미 출시된 젠자임 세레자임, 이수앱지스 애브서틴과 함께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

고셔병은 특정 효소(glucocerebrosidase, GCB)의 결핍으로 세포 내 당지질(Gb1)이 축적돼 신체 조직과 장기에 진행성 손상을 일으키는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 LSD)중 하나다. 

진행성 질환인 만큼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면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일상적인 삶이 가능하다.

고셔병은 유병률이 인구 10만명 당 1명 꼴인데, 이 기준으로 환자수를 계산하면 국내 고셔병 환자는 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80여명 수준이라는 게 의료계와 회사측의 설명이다.

고셔병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은 고셔병 환자에서 부족한 효소를 투여해 당지질 축적을 막는다. 이를 통해 고셔병의 진행을 예방한다.

고셔병은 평생 투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제의 불내약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동물세포(CHO Cell)에 기반한 이미글루세라제가 20여년 간 유일한 효소대체요법 치료제였으나 샤이어가 최근 인간세포에 기반한 비프리브를 출시하며 치료 옵션을 하나 더 늘렸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는 “효소대체요법은 장기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일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내원해 전문의와 함께 치료효과나 이상반응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며 “최근 해외에서는 비프리브주 투약시간의 단축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발표돼 향후 환자의 편의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발표된 비프리브주의 3상 임상연구에서 12개월 이내에 고셔병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비프리브주와 이미글루세라제를 9개월 간 투약 후 항체형성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비프리브주를 투약한 그룹에서 항체 형성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은 0%(17명 중 0명)이었던 반면 이미글루세라제를 투약한 그룹에서 항체 형성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은 24%(17명 중 4명)이었다.

이범희 교수는 “비프리브주로 처음 고셔병 치료를 시작한 환자를 대상으로 5가지 임상지표를 5년 간 관찰한 임상연구 결과 치료목표를 100% 달성했다”면서 “이미글루세라제 사용경험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동등한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이미글루세라제 치료경험이 있는 40명의 고셔병 환자에서 동일한 용량의 비프리브주로 치료제를 전환한 후 주요 임상지표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전환 51주 차에 비장의 부피가 5.6% 감소했고, 간 비대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환 53주 차에는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0.1g/dL  감소하고 혈소판 수는 7.0% 증가했다.

이후 5년 간 비프리브주 사용을 유지한 환자 중 항체형성반응이나 약물과 관련된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은 환자는 없었고, 이미글루세라제 사용 시와 동등한 치료효과를 유지했다. 18세 이상 성인 환자의 경우 골밀도(BMD)에 있어서도 치료제 전환 후 2년부터 5년까지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범희 교수는 “효소대체요법  시 안정적인 골밀도 수치를 유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제1형 고셔병 환자의 75~90%에서 골다공증, 골괴사, 골 변형 등 뼈 질환이 발병하는데, 뼈 질환은 환자의 이동성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면서 “비프리브주는 임상연구를 통해 이미글루세라제에서 전환한 환자에서 안정적인 골밀도 수치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경험이 없었던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 골밀도 수치를 개선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치료제로 임상적 혹은 생화학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치료제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비프리브도 훌륭한 선택적 약제로 고려될 수 있다”면서 “다만 아쉬운 부분은 효소가 뇌 통과를 못해 신경 개선을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출시된 세레자임과 차이에 대해서는 “약의 편의성 안전성은 비슷하며 화학적 차이와 투여 차이만 있는 정도”라고 평가하면서 “이미 세레자임은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사용하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샤이어 관계자는 “비프리브주는 체내 효소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흡수 속도가 빨라 투약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면서 “기존 치료제의 경우 투약 전 처치가 필요하고 1~2시간에 걸쳐 투약해야 했지만, 비프리브주는 투약 전 항히스타민제 등의 전 처치가 필요하지 않고 전체 투약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셔병치료제는 기준 약 12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 고가 약물 시장 중 하나다.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치료비(약가 포함)은 2~3억원 순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레자임은 이 시장에서 80억원대 매출을 올려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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