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창원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때 한 청년노동자가 연단에 올라와 “노동자 4년 차인데 월 최저임금 120만 원을 받는다. 여러분들에게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이 있다. 박근혜가 퇴진하면 나 같은 노동자의 삶도 나아지겠는가? 이대로 계속 20~30년 살라면 나는 더 이상 살 자신이 없는데, 여러분들은 어떤가?” 라고 시위자들에게 외쳤던 절규의 소리가 생각난다.

청년노동자가 최저임금인상을 외친 지 2년이 지난 후 2018년 문 정권에 의해 최저임금이 16.4%로 인상되었지만,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은 고사하고 기존 일자리마저 잃고 다시 '구직자'가 된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급여가 올라간 노동자들도 있겠지만 '해고 통보'를 받은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의 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되,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불평등 구조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어느 해보다 특히 올 설은 더욱 우울한 ‘설’을 맞이한 것 같다. 사방에서 긴 한숨 소리만 들린다. 식당도, 기업도, 상가(商街)도 모두 울상으로 있다.

최저임금제가 실시되면서 비자발적 실업자가 지난달 15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6개월 동안 편의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한 취업준비생 박 모 씨는 지난 1월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뒤 갑자기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또 김 모 씨는 사업주가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주기가 어렵다며 대놓고 해고 통보를 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을 내쉰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 탁상공론식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든 결과를 초래 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받아든 첫 성적표는 그야말로 최악의 낙제점수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실책의 여파로 취업자 증가 폭은 크게 줄었고,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 최저임금 인상 발(發) 고용쇼크와 ‘최저임금의 역설’이 우려한 대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 2,000명으로 지난해(17년) 같은 기간보다 3만 7,000명 늘어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실업급여 신청자가 많다는 것은 권고사직을 당했거나 계약기간이 끝나는 등 비자발적으로 실업 상태가 된 사람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시켜줄 일자리 안정자금도 제대로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일자리 안정자금(영세한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까지 지원)도 기업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기업의 중론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최저임금으로 늘어난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 급작스럽게 마련된 것이지만 신청률이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등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 경제학의 정설이다. 최저 임금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올리는 것뿐 일자리는 줄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이 주장은 현실적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것보다 낮은 임금을 받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반면에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들의 소득은 상승한다.

결국 최저임금제는 일자리를 잃은 가장 가난한 다수의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득을 보게 되는 이변을 낳는 모순이 있다. 결국 부유한 대기업의 노조원들이 특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이 적용되는 지난 1월부터 노동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그들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도록 하는 이 최저임금제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어느 정책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득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을수록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 지난 첫 달에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와 증가율이 최고치에 달했다는 사실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다.

강남의 모 아파트의 경우 29명의 경비원들이 졸지에 실직자가 되었다. 상당수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자리를 잃은 채 낙심하고 있다. 한 청년은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있으면서 불만이 많았는데, 실직이 되고 보니 그 직장도 ’복‘이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허탈해한다.

또 올 4월에 결혼할 예정인 한 청년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 한 번도 업무태도에 대한 지적을 받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 사장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매달 저에게 월급을 주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며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다고 했다.

초기단계부터 잘못되어 실직자가 증가하는 등 현실적으로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 노동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에만 큰 가치를 두고, 실직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기업만을 탓한다면 이는 문 정권의 표퓰리즘 정치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 말로 강성노조, 귀족노조의 거대한 힘에 굴복하고 눈치를 보며 특혜를 주는 등 기업들을 공멸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현 정권의 작품이 아니던가.

정부는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실책에 대한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될 경우,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내년(19년)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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