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회장, “NOAC, 개원의-종병 공생의 좋은 매개체 될 것”

요원한 신의료기기 도입…학술 발전 후퇴 불러
갈길 먼 부정맥학회 앞의 선 난제들

심장질환 영역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부정맥이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박자를 맞춰 이 질환을 다루는 ‘연구회’는 이제 ‘대한부정맥학회’로 모습을 키우고 ‘심오했던 영역’의 저변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수술실에서 나누던 정보들이 학술지를 통해 보다 많은 의료진들에게 공유되고 있고, 신규경구용항응고제(NOAC)의 등장으로 저변 확대는 자연스럽게 개원의 영역까지 가지를 뻗치고 있다.

물론 장벽도 있다. 의료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부 규제는 스스로 신의료기기 도입을 지연시켜 아시아지역 최대 의료선진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이 고통을 임상현장의 의료진이 그대로 감내하고 있다.그럼에도 ‘부정맥’으로 인한 사망률은 낮춰야 하고, 그래서 질환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켜야 하는 대한부정맥학회는 팔을 걷어붙이고 부정맥 인식조사를 벌이고, 개원의를 교육시키고, 고령자 대상 검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제 두 돌을 맞이한 대한부정맥학회. 학회를 이끌어 가는 김영훈 초대 회장은 부정맥을 다루는 의사들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는 학회 성장과 함께 의대 출신 최초의 고려대 총장까지 도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구회에서 학회로 변모했다. 초대 회장을 맡았는데.

연구회에서 학회로 발전하는 것은 첫째로 소속된 학자나 교수나 임상가들에게는 더 (연구할)기회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학회는 학문적으로 더 풍성해지고 다양화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연관 학문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넓어진다.

두번째는 저널인데, 부정맥은 일종의 순수한 학문이다. 복잡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심장에서도 부정맥 하는 사람들이 격리가 돼 있거나 담을 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루는 내용들이 복잡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전문 지식을 가진 멤버들만 교류하고 소통했었다. 이제 학회가 되면서 그런 경계를 넘어서려 한다. 부정맥으로 인한 사망은 스펙트럼이 넓다. 다양한 정보를 많은 학자들과 임상가, 개원의까지 품고 가면서 우리나라 환자 건강에 기여하고 싶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기반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우리의 미래와 깊숙이 관련돼 있다. 학회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전향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전공자들과 연구할 수 있는 모체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리소스를 가지고 다기관 연구를 진행하는 시동을 올해부터 걸기 시작했다. 점차 연구를 진행해 가면서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부정맥이라는 질환에 대한 저변확대 역시 학회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했다. 부정맥 환자들은 여러 번 쓰러져도 심부전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다. 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또한 낮다. 질환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가면서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부정맥학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무엇인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신의료기술의 도입이 너무 늦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학술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새로운 기술 도입이 매우 늦은 편이다.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에도 뒤쳐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부정맥 분야에 들어온 기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그나마 NOAC(신규경구용항응고제)이 도입돼 약물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발표할 수 있는 정도지만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학술 발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가 도입되면서 신의료기술 도입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수가 보전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상대적 위기감이 있다.

일부 환자 부담 90%를 전제로 들어온 새로운 기기들이 있지만 이 역시 선별적으로 급여되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 다 커버되는 무선박동기가 우리는 높은 허들을 넘는다 해도 환자 부담이 1000만원 가까이 된다. 심방세동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는 있어도 기기 도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신의료기술 도입에 대한 정부와 논의는?

공문과 협조를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다.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 평가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화 창구마저 닫혀있다. FDA를 통과한 기기이고 다른 나라에서 사용된 사례가 있다면 일부 병원에서 먼저 사용하게 하고 결과를 평가해 도입 유무를 논의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우리 뜻이지만 전달할 방법이 요원하다. 연구회에서 이제 학회로 발전했으니 더 열심히 문을 두드려 볼 것이다.

-회장 임기 중에 꼭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까 말했듯 신의료기술의 도입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꾸준히 대화하고 부정맥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급여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또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연구의 시작을 하고 있다. 부정맥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국민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 홍보를 하고 싶다. 일테면 지하철에서 고령 환자 대상으로 자신의 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정맥학회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시대’도 열었다. 앞으로 개원의도 품고 국제화도 추진하면서 많은 연구자들, 후배들이 기회를 얻는 학회로 성장해 가길 원한다.

-노악에 대한 급여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체드스코어 기준으로 보는데 물론 적절하지만 예외가 있다. 전기절제술 4주 전과 수술 후 3개월 정도 노악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 비급여다. 이런 환자들은 숫자가 많지 않고 한시적이다. 비급여로 각 대학병원에서 쓰고 있는데 그런 환자들에게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와파린 먹고 있는데 아주 소량의 뇌출혈이 있는 판막질환 환자들이 있다. 와파린 먹는데 뇌출혈이 있으면 와파린 줄이면 되지만 판막이 문제가 된다. 수술을 하고 난 다음 3개월은 노악을 쓰거나 시술이나 전기 충격을 할 때는 체드스코어 상관없이 노악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체드스코어가 떨어지지만 가족력이 있다든지 심방세동, 뇌졸중 경험이 있고 고위험이거나 심장에 혈전이 있는 경우, 심장 크기가 커진 경우 등 체드 스코어 낮아도 노악을 처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환자를 개별화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자간담회 당시 개원의 교육도 강조했는데.

개원의에서 노악 처방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종합병원에서 개원의로 환자를 보낼 때 환자 상태를 면밀히 보고 순응도가 좋은 지 확인한다면 약 때문에 구태여 종합병원으로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원의와 대학병원이 공생하는데 노악은 상당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곧 개원가를 중심으로 한 순환기학회가 설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령 환자가 늘어나면서 심방세동이 많아지면 개원의도 환자들 보는 수가 늘 것이다. 개원의들이 학회의 교육을 듣고 심장환자만 봐도 충분히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학회에서 부정맥특화진료 인증서 같은 것을 줘 (저변을)확대하려고 한다.

-개원의를 대상으로는 원격진료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개원의를 다니는 환자 상태를 종합병원 의사들이 모니터링 해 약물 처방으로 가능하면 개원의에게 맡기고,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라면 종병으로 와서 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맥 환자들만이라도 풀어지면 환자들이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동기 안에 리포트가 문제가 생기면 여기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다 돼 있다. 환자에게 곧바로 연락을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이 있는 신의료기기가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이 모니터링 기능을 끄고 사용해야 한다. 리모트 기능을 통해 환자를 살렸다고 학회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개원의들도 다 이해를 한다. 원격진료를 통해 개원의와 종병이 상생해야 하는데 막혀 있다.
.
이제는 대학병원에는 처치가 필요한 환자만 오고 관리가 가능한 환자는 개원으로 가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늘어나는 고령층을 다 종합병원이 담당할 수 없다. 다만 노악이 등장해 개원의와 종병의 구도에 좋은 매개체가 되고 있다.

-고려대 총장에도 도전 중인데.

초대의대 총장 시대를 열어가려 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상대 후보도 있지만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저변 확대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