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학회, 질환 인식 조사 결과 발표
최근 들어 부정맥 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해당 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낮아 적극적인 교육과 심전도를 이용한 선별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고령 환자의 급사 위험성이 높은 만큼 65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 건강검진을 통한 심전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영훈 대한부정맥학회 회장(고려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은 16일 서울스퀘어 3층 회의실에서 열린 '부정맥 질환 인지도 조사 사업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심방세동은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으로 일반인 대비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로 높아 조기 진단 및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인지도와 질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오늘 같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부정맥 환자의 급사 위험도 높아 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부정맥은 심장에서 생긴 병인데 질환의 원인이 심장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학회 설립의 취지도 질환에 대한 인식률을 높이고 예방하기 위함이라 이번에 부정맥 질환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정맥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정맥 질환 인식조사'에서 10명 중 9명(92.8%) 이상이 부정맥 질환을 잘 모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54.7%는 심상세동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고, 들어본 적이 있으나 잘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38.1%를 차지했다.또 부정맥 대표 증상인 '두근거림'을 경험했을 때 병원을 방문한 비율은 15.4%에 그쳤다.
부정맥을 진단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4명 중 1명만 심방세동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해 질환 인지도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심방세동과 뇌졸중의 상관관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비율 역시 19.3%에 그쳐 질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맥으로 인한 급사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38.1%가 알고 있다고 응답해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보였으나, 부정맥 진단을 위해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는 2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통한 부정맥 완치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는 7.4%에 그쳐 진단법 및 치료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8.5%는 최근 1년 이내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빠르거나 불규칙하다고 느끼는 두근거림(심계항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부정맥을 진단 받은 경우에는 58.2%가 두근거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났을 시 병원을 방문한 응답자는 15.4%에 그쳐 빠른 진단 및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부분이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60.2%)’ 혹은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51.5%)’라고 응답해 부정맥 질환 및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다 중 다른 질환 진단 경험을 분석한 결과 부정맥을 진단받은 환자가 일반인 대비 전 질병을 진단받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주요 질환으로는 고혈압(49.1%), 불안장애(32.7%), 심부전(23.6%)의 진단 비율이 부정맥 진단 환자에서 높게 나타났다.
부정맥 심전도 검사, 건강검진 검사항목 제외김영훈 회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부정맥 조기진단과 사망 예방에 대해서는 소홀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부정맥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검진에서 심전도를 이용한 선별검사는 10년 전 검진 항목에서 제외된 이후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인 만큼 부정맥의 건강검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급사의 95%는 부정맥이 직접적인 영향"이라며 "급성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이 연간 3만 5000명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유럽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맥박이 불규칙할 경우 선별적으로 주기적인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면서 "검진비용이 5000원 수준으로 저렴해 졌음에도 급여가 여전히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앞서 대한심장학회는 심전도의 건강검진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꾸준히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훈 회장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출범한 것이 대한부정맥학회"라고 설명하면서 "학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실무자와 정기 세미나와 간담회를 갖고, 자료·공문 등을 전달하는 등 부정맥 진단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건강검진 항목에 심전도 검사를 추가하는 것 외에도 중증 환자에 대한 원격진료 허용 등 심장질환 환자 사망위험을 낮추기 위한 진료 환경을 갖추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영훈 회장은 이날 '부정맥'에 한해서 원격진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김 회장은 "급사의 위험성이 있는 질환인 만큼 부정맥 환자만큼은 원격진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것 역시 학회의 숙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학회는 대국민 인식향상을 위해 부정맥이라는 질환명칭을 '심장박동이상' 또는 ‘심장리듬병' 등으로 개명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