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개띠인 무술년의 새 아침이 밝아왔다.

이 맘 때면 우리는 정들었던 사람들과 이별로 가슴 아파하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쉽지만 우리의 희망을 조금씩 쌓아 올리던 2017년은 이미 멀리 떠났다.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갈 2018년이 시작되었다.

2018년 설계에 앞서 지난 한 해 자신이 어떤 역사와 변화를 이루어 냈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아무 의미 없이 만나는 것 같아도 누구와 어떤 만남이 되느냐에 따라 삶에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필자가 정초부터 만남을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와의 만남이 또 한 사람의 행. 불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정채봉 작가의 에세이 '만남'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종류의 만남이 있다.

첫째 ‘생선 같은 만남’이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원한을 남기게 되는 만남이다. 이런 만남은 오래갈수록 더욱 부패한 냄새를 풍기며 만나면 만날수록 비린내가 나는 만남이다.

둘째로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풀은 쉬 마르고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당연히 화창하게 활짝 피어있을 때는 모두가 환호하지만 시들게 되면 버려지는 꽃 같은 만남이다.

셋째로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반갑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지만, 만남의 의미가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는 시간이 아까운 만남이다.

넷째로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말처럼 힘이 있을 때는 지키고 힘이 다 닿았을 때는 던져 버리는 가장 비천한 만남이다.

다섯 번째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상대가 슬플 때 눈물을 닦아주고 그의 기쁨이 내 기쁨인 양 축하하고 힘들 때는 땀도 닦아주는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다.

사람들의 심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을 칭찬하기보다, 남을 흉보는 것을 더 즐긴다. 지금은 남을 험담하고 헐뜯지만 언젠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되돌림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스스로는 좋은 만남을 원하면서도 본인은 안타깝게도 ‘생선 같은 만남’ ‘건전지 같은 만남’의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

지난해에도 겪었듯이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던 사람도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 우리는 어떤 만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앞서 서두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만남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축복은 만남의 축복이다.

그런 축복의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손수건 같은 만남’ 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가 슬퍼할 때 함께 위로하며 눈물을 닦아주고, 힘들어할 때는 소금기 저린 땀도 닦아주는 아름다운 만남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새해부터는 원대한 꿈을 꾸기보다 손수건 같은 만남이 되어 서로가 다독여주고, 안아주며,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무술년 2018년을 만들어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생사의 고락에서 방황하며 서성이는 누군가를 위해 작은 기도도 할 수 있고, 눈물로 이별을 삼키는 이웃의 아픔 위에 온기를 전하는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는 만남의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설령 애꿎은 서러움에 겨울 하늘을 더욱 차갑게 한다 해도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리며 손수건 같은 만남을 생각하자.

올 봄에 피는 꽃이 내년에 같은 색을 내지 않듯 내 사랑이 아닌 타인, 아픔도 잊어 낼 줄 알아야 자신이 좋은 만남의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자.

주위를 보면 어떤 이는 좋은 만남이 되어 출세도 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 반면에 어떤 이는 나쁜 만남이 되어 범죄자가 되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불행하게 만든 것을 보았다. 똑같은 만남이지만 그만큼 사람과의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새해가 시작된 오늘 이 시간 걷는 이 길 위에 큼지막한 마음 하나 걸어놓자.

좋은 만남을 찾으려고, 헤매지 말고 내가 먼저 좋은 만남의 사람이 되어 남에게 덕을 보기보다 덕을 베푸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 큼직한 마음 하나 걸어놓자.

그래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걷는 길이 좀 더 아름다운 내면을 만들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의 만남의 길을 만들자.

붙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게 시간이고 밀어내지 않아도 흘러가는 게 세월이다. 서둘 필요도 없고, 더디 간다 해도 탓할 사람 아무도 없다. 천천히 함께 어울려 가는 인생길이다.

바라기는 남의 험담을 하거나 탓하는 일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타인의 허물은 덮어서 다독거리고, 사소한 일로 원한을 갖지는 말자, 이미 매듭이 지어졌으면, 그 매듭부터 먼저 푸는 사람이 되자.

세상에 잘못 태어났음을 한탄하지 말고, 세상을 헛되게 살며 잘못된 만남의 사람이 된 것을 한탄해야 한다.

나를 내려놓는 마음으로 타인을 높이고 사랑하며 나를 다독거리는 마음으로 상처 입은 이웃을 다독거리는 좋은 만남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만남의 무술년이 된다면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배려와 사랑이 우선임을 깨닫게 하시고, 아름다운 사랑과 관용의 마음을 새해의 선물로 주시고, 또 그런 마음으로 새해 아침을 새롭게 열어 놓는 ‘손수건 같은 만남’의 사람들로 가득 차는 무술년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아무리 힘들고 고된 삶이라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를 뜻하는 라틴어 '메멘토'가 떠오른다.

생물은 언젠가는 죽는다. 오늘이 바로 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우리 모두 손수건 같은 만남의 사람으로 살자.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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