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는 말은 무척 광범위한 증세를 총괄한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복강에는 간, 위, 소장, 대장, 췌장 등의 여러 소화기관과 비뇨기관, 생식기관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비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복통에 대해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식후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있다면 ‘급성 담낭(쓸개)염’

급성 담낭염은 담낭에 발생하는 염증으로 90%이상이 담석에 의해 발생한다. 담석이 담낭관(담낭과 담관을 연결해주는 통로)을 막으면 담즙이 정체되어 대장균과 같은 장내 세균이 증식하면서 염증이 생기는데, 심한 경우 담낭벽이 괴사되거나 터지기도 한다.

그 외에 담석이 원인이 아닌 경우에는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급성 담낭염의 주요 증상은 주로 음주나 과식, 고지방식사 후에 명치나 오른쪽 윗배에 지속적이고 참기 어려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가슴이나 오른쪽 어깨까지 통증이 퍼지고 흔히 오심(구역질), 구토가 동반되며 열과 오한이 발생하기도 한다. 손병관 교수는 “오른쪽 갈비뼈 아래 경계부위를 가볍게 누른 상태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을 경우 심한 통증으로 더 이상 숨을 들이마실 수 없다면 급성 담낭염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화불량·복부팽만감이 있다면 ‘위염’

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인 위염은 일반적으로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등 증상으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위점막에 염증이 증식되는 상태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었을 경우,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 불규칙한 식사습관에 의한 담즙 역류,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진통제나 소염제 등의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도 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화불량, 위장 부근의 불편함, 명치 통증,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트림, 구토, 오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음주, 흡연, 진통 소염제 남용 등은 피해야 하며,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 중 위염이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복용하는 약물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공복에 속이 쓰리다면 ‘위·십이지장 궤양’

위 또는 십이지장 점막이 깊이 패여 점막 근육층까지 노출된 상태를 궤양이라 부른다. 위액에 있는 강한 산성물질인 위산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소화효소에 의해 발생하므로 소화성궤양이라 부르며, 위치에 따라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으로 분류된다. 원인은 위염과 비슷한데 그 중 헬리코박터균과 진통제, 항혈전제와 같은 약제가 양성 소화성궤양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궤양의 위치와 크기, 통증에 대한 개개인의 민감성, 합병증 유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 궤양 모두 식사가 곤란하고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무증상인 경우도 흔히 있어 증상만으로 궤양을 진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부 특징적인 증상으로 십이지장궤양은 공복에 쓰린 듯한 명치의 불편감이나 통증이 발생하고 음식을 먹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금방 사라진다. 위궤양은 십이지장궤양에 비해 통증이 덜하지만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오심, 구토, 조기포만감 등이 흔하다. 손 교수는 “위염과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우며, 체중감소가 동반되는 위궤양일 경우 악성 궤양인지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소변을 볼 때마다 배가 아프다면 ‘신장결석’

신장결석은 소변 구성 성분이 염분 결정을 이뤄 마치 돌처럼 점점 커져 콩팥 안에서 여러 가지 증상과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결석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크기가 작을 때는 소변을 통하여 저절로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지만, 요관을 따라 이동하는 중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등이나 옆구리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거나 조직에 상처를 만들어 혈뇨가 발생하기도 하며, 그 외 탁뇨, 요로감염, 발열, 배뇨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우측 하복부만 통증이 있다면 ‘충수(맹장)염’

충수염이란 맹장 끝에 6~9cm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맹장염으로 알고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명칭이며, 매년 우리나라에서 10만명 이상이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는다.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 충수 내부가 막히면서 시작된다.

주요증상은 심한 복통으로 95%이상이 해당하며, 식욕부진, 오심, 구토, 국소적 복부 압통과 발열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윗배에 통증이 모호하게 있다가 점차 우측 아랫배로 국한되어 통증이 나타한다. 그러나 충수돌기 위치에 따라 옆구리나 치골, 골반 내 통증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외에도 장 폐색 증상, 복막염, 변비, 설사 등을 호소할 수도 있다.

복부팽만감과 설사가 동반된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식사 후 또는 가벼운 스트레스로 인해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한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장애 증상을 가져오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약 7~15% 정도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복통이 심하더라도 배변 후에는 호전되는 특징을 보인다. 점액질 변, 복부팽만이나 잦은 트림, 방귀, 전신 피로, 두통, 불면, 어깨 결림 등의 증상도 나타나지만, 이러한 증상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계속되더라도 몸 상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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