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차고 쌀쌀하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어깨가 더욱 구부러진다.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겨울 추위를 맞이해야 하나보다.

머지않아 도로의 푸르른 나뭇잎들과 산하의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앙상한 가지로 속살을 드러낼 때 필자는 두툼한 외투로 갈아입을 것이다.

날이 이렇게 찬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적폐청산을 이유로 문재인 정권이 날 선 칼날을 휘두르며 들녘에서 잡초를 베듯, 정치보복에 목숨을 내걸고, 민생 정책은 안중에도 없이 전념을 한다는 사실이다. 후일을 생각지 못하고 저지르는 독주를 보면서 옛날이야기가 떠오른다.

‘어항 속에 똑같이 생긴 아름다운 금붕어 두 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큰 금붕어가 자기보다 작은 금붕어를 연신 툭툭 치고 못살게 쫓아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금붕어가 많이 다쳐 그만 죽고 말았다. 작은 금붕어를 죽이고 살아남은 큰 금붕어는 이제 혼자서만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며칠 뒤 죽은 금붕어가 악취를 풍기면서 썩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어항의 물도 썩으면서 혼자 남아 쾌재를 부르던 큰 금붕어마저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는 최후를 맞게 되었다.’

혼자만 남으면 잘 되고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구약성경을 보면 태초에 인간이었던 아담 한사람으로 인해 모든 인류가 죄인으로 낙인이 찍혀 낙원에서 쫓겨나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하는 저주를 받았다.

또한 아담의 아들인 가인은 최초의 살인자가 되어 정처 없이 방황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모두가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돌리며, 변명을 했고, ‘시기’를 한 결과에서 하늘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독주도 문제지만, 한 술 더 떠 자유한국당의 막장 드라마가 점입가경이다. 홍준표 당 대표와 당내 최다 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의 진실공방이 그렇다.

한 때 집권당 시절엔 형님. 아우 하면서 단물을 빨던 두 사람이 야당으로 몰락하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할 상황이 벌어지자 야수처럼 태도를 돌변해 서로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두 거물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외나무다리 위에서 뿌리를 들어 밀며 싸우는 어리석은 염소와 같은 형상이다.

아담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류가 낙원에서 쫓겨났고,(문 정권 횡포)다리 위에서 양보를 하지 않고 싸우던 염소 두 마리(야당 홍. 서)가 모두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요즘 뉴스를 통해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인간으로서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허탈해지는 마음이다.

여. 야를 불문하고 모두 하는 짓거리가 ‘게’같은 행동을 한다. ‘게’의 성질은 상대가 잘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항아리에 ‘게’들을 집어넣으면, 항아리 위로 올라오려는 ‘게’를 다른 ‘게’가 물고 뜯으며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비춰진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또는 더 많이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이것저것 다 잃게 되는 데 이럴 때 쓰이는 속담이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다.

게를 잡으러 갔다가 새끼로 만든 바구니 구럭까지 다 잃어버렸으니 그 손해가 오죽하겠는가. 결국 제3자가 횡재를 하는 어부지리(漁父之利)의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으로 쌍방 모두가 피투성이로 싸우며 물고 뜯어도 아무것도 취하지 못하고 서로 간에 깊은 상처만 남을 뿐이다.

앞(미래)을 내다보지 못하고 싸우는 것을 깨우치는 성어로 개와 토끼의 싸움. 견토지쟁(犬免之爭), 농부의 횡재 전부지공(田父之功)이 있다.

사냥개가 산토끼를 쫓다 산토끼와 사냥개가 모두 지쳐 죽자 지나가던 농부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개와 토끼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犬)만도 못하고‘게’같은 정치인들을 보면서 지난달 일본에 체류 할 때가 생각난다. 우연히 일본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현장에 있었다.‘아베 1강 독주는 싫다’는 여론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자민당이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했다.

‘못살겠다. 바꿔보자’는 한국의 정치판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그런 판을 뒤집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한 일본인에게 물었다. 답은 “북한을 정권 연장에 이용하려는 느낌을 받고, 맘에는 안 들었지만 국가 안보 등 안정감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안정적으로 한 명의 총리가 오래도록 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재신임을 받으면서 북한과의 전쟁설까지도 나왔지만 야당에서 조차 아무도 반대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못살겠다. 바꿔보자’ 가 한국식이라면 ‘웬만하면 바꾸지 말자’가 일본식 정서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정부. 여당. 청와대가 사드 배치 반대와는 대조적인 현상을 보였다. 가까운 나라. 36년간 우리 민족을 지배했던 일본을 잘못 알고 판단 한 것 같다.

이번 중의원 투표결과를 보면 53.8%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일본 역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몇 달만 지나면 우리도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역의원 선거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바꾸고 싶어도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안이 없는 국민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그런 국민은 불쌍하다. 어찌하여 오늘의 세상, 정치권에는 ‘치악(恥惡)’은 없고 오히려 악한 행위를 하고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게 여기지를 않는다.

모두가 ‘내로남불’로 자신의 눈에 큰 티는 보지도 못하고, 남의 눈에 티만 갖고 닭싸움하듯 싸우기만 한다.

아베총리의 최장수 집권을 바라보면서 여. 야, 불문하고 지금부터라도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때다. 지금은 정치보복이나 당권 싸움질할 때가 아니고, 오직 국민 민생정치를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지금 문 정권의 보복정치 등 독주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국민이 불행해질 수도 있다. 태극기 혁명이 아쉽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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