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 차 씨(40)는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아들 때문에 고민이 크다. 말로만 듣던 소위 ‘초3병’이 일찍 찾아온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 유독 온종일 무기력해 하며 또래 아이들과 놀지 않고 집에 돌아와서는 말없이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애가 탄다.

가을·겨울이 되면 일조량과 활동량이 줄어들며 멜라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저하된다. 이로 인해 신체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함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곤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흥미나 기쁨이 사라지고 울적함을 느끼거나 의욕 저하, 피로감 등을 겪는 정신 질환인 우울증은 어른뿐 아니라 청소년, 심지어 소아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이 아동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2017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단을 받은 10대는 2만 2,514명, 9세 이하는 905명으로 집계됐다.

어린아이에게도 찾아오는 ‘우울증’, 짜증 늘고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땐 의심해봐야
소아 우울증은 성인의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에 울음을 터뜨리고 침울해하며 의욕이 없지만 한 가지 큰 차이를 보인다.

성인들은 좋아하는 일에도 심드렁해지고 어떤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아이들은 재미있는 일에는 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TV나 휴대폰 등 몇몇 일에는 유독 집중하고 자꾸 재밋거리만 찾게 된다.

이는 무언가에 몰입해서 내면에서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모습이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해 짜증을 부리고, 예전에 충분히 해냈던 일도 귀찮아하거나 금방 포기해버리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정 교수는 “단순한 응석이나 이른 사춘기 증상으로 치부해 어린 자녀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가 적지 않은데, 소아 우울증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일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며 “어른과 달리 아이의 우울한 감정을 알아내기 쉽지 않지만 아이가 이전과 달리 짜증 또는 과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때, 재미있어 하던 놀이나 일에 흥미가 떨어질 때, 아이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질 때는 소아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부모의 관심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대화나 놀이 등이 우울증 해소에 큰 도움
아이가 평상시와 달리 짜증이 많아진데다 자주 울거나 침울해하고, 이유 없이 여기저기 자주 아프다고 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덩달아 아이에게 화를 내고 질책하기 쉽다.

하지만 이때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가 무슨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른이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가 될 수가 있고, 소아 우울증은 ‘가면성 우울증’이라 불릴 만큼 겉으로 보아서는 아이의 감정을 알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치료에 있어서는 부모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아이가 부모가 곁에 머무는 것을 조금 귀찮아할 수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즐기는 놀이를 함께해 보고 관심사를 파악해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이야기에 호응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아이에게 잔소리나 훈계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주말 약속을 거절해 자녀가 친구를 원망하고 자신을 한탄한다면, 아이가 기분이 상한 원인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친구의 거절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주말을 어떻게 보낼 지 계획을 세우며 대안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김의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존재하고 이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특히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아이들의 이상 행동은 부모가 이 어려움을 알아주길 바라는 아이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며 “부모는 꾸준한 관심으로 아이의 기분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놀이나 대화 등을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부모의 노력만으로 아이의 정신적 어려움 해소가 잘 안 될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도움말: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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