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대위 구성…대정부 투쟁·협상 역량 주목

지난 8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선언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을 전면 급여화해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의료계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없애려는 노력에 공감하지만 단기간 내 전면 급여화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며 잇달아 반발성 성명을 냈다.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고려없이 건강보험 보장률에만 중점을 둘 경우 누적된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적정수가 보장을 요구했다.

이어 "급격한 변화에는 부작용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단계적이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의사단체들은 보다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일반과의사회는 "이번 대책에는 전면 급여화에 따른 의료보험료 지출 억제를 위한 신포괄수가제 도입과 함께 신기술 및 의료기술 도입조차 불가능하게 막겠다는 정책도 포함됐다"며 "현대 법치국가에서 가능키나 한 일인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모든 비급여를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급여화했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 자체가 금방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건보재정 유지를 위해선 국민들의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비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둘 다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평의사회는 "문케어는 반민주적 포퓰리즘 신의료정책으로 일방적 착취를 선언하는 인기영합성 대국민 정책"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각 지역·직역의사단체들이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하며 투쟁에 나설 뜻을 비쳤다.

의협 문케어 대응 비판 확산, 내부 분열로

의협의 미온적 대응은 의료계의 분열로 이어졌다. 의협이 문케어에 대한 전면 반대가 아닌 단계적 급여화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정부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한흉부외과의사회, 대한평의사회, 분만병원협의회, 전국의사총연합 등이 참여해 구성한 '비급여 비상연석회의'는 광화문에서 별도의 반대시위를 펼쳤다.

이때 추무진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 건이 불거지면서 의료계 내분은 가속화됐다.

비급여 전면급여화 추진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이끌던지 아니면 즉각 사퇴하라는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각 지역 및 직역의사회에서 의협 집행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집행부와 대의원회 사이가 삐걱된 것도 이 즈음이다.

의협 집행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응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 대의원회가 명칭에 제동을 걸면서 '비상대책특별위원회'로 명명됐기 때문이다.

새 비대위, 강경·젊은 의사 영입…의료계 기대

결국 경남의사회를 주축으로 ▲의료일원화 부적절 대응 ▲제증명 수수료 상한제 고시 대응 미흡 ▲문재인 케어 정책 대응 미흡 등을 이유로 추 회장에 대한 탄핵안이 상정됐다.

지난달 19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는 회장 불신임과 문케어 대응 비대위 구성이 주요 안건이 된 가운데 추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부결돼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가까스로 탄핵은 면했지만 임총에서 새로 출범한 비대위에 투쟁 및 협상과 예산집행 등 전권이 부여되면서 주요 의료계 현안을 풀어나갈 추진력을 잃게 돼 남은 임기동안 난항이 예상된다.

의협 대의원회는 최근 비대위 첫 회의를 열고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위원장은 투쟁위원장에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대표, 홍보위원장에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비대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최대집 투쟁위원장은 이번 추 회장 불신임에 앞장서는 등 대표적인 강경투쟁 인사로 꼽힌다.

전권을 위임받은 비대위에 강경파와 젊은 의사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의료계는 미온적 대응을 해왔던 집행부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개선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실질적인 문재인 케어 실행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단결·융합해 대정부 투쟁 및 협상에 실질적 역량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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