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을 놓고 여권과 청와대가 야당에 대해 맹비난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 지검(지검장 윤석열)까지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전.현직 간부들의 구속영장이 기각 결정된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법원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헌정 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이용한 가장 나쁜 선례”라며 “무책임한 다수의 횡포”라고 비난했으며 더불어 민주당은 “적폐연대” 라거나 “탄핵과 정권교체에 대한 불복”이라며 야 3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이는 청와대와 여당이 3권 분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이고, 총선 민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아주 무책임하고 무지의 비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한쪽으로 치우진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대법원장 후보를 잇달아 지명해 사법부 코드화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김이수 후보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사람이다.

그런 만큼 김 후보자 낙마는 사법기관 전반의 급속한 좌클릭 조짐에 입법부가 뒤늦게라도 제동을 건 경고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 극한 표현으로 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겸허한 반성의 자세를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야당이나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인사나 법안을 내놓고 ‘처리하지 않으면 적폐’라는 식으로 야당을 윽박지르면 제2, 제3의 김이수를 부를 뿐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지금 ‘지지율’에 빠져 자만하며 야당 의원들을 감싸주지 않았다. 그동안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라고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늘 그렇듯, 행동이 따라주지 않았다.

대결과 대립으로는 ‘외나무다리 위에 염소’들처럼 서로가 상처를 입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뿐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여당은 더 이상 지지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 지지율은 마치 새로 식당을 개업한 것 같다. 신장개업을 하면 얼마 동안은 친절하고, 좋은 메뉴로 인해 손님이 많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면 식상한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게 마련이다. 영원할 수는 없다. 그게 순리이며 정치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오만함과 자만함을 내려놓고, 야당에 무조건 협조를 강요하기보다는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협치(協治)의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사사건건 야당 탓만 한다면 국회도 숫자의 세(勢)로 사사건건 대통령과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그 피해는 애꿎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서울 지검 역시 마찬가지다. 영장전담 판사들이 바뀌면서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우병우. 정수라. 이영선 등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관련자. 한국 항공우주 산업 관련자 등 국정농단사건. 국민 이익 및 사회 정의와 직결되는 핵심 수사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어 그에 따른 파장이 크게 우려된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 고 강하게 반박했다.

구속 영장에 대한 판단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갈등을 빚은 일은 처음이 아니지만 검찰이 이처럼 공식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한 것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목소리다.

영장제도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른 청구를 사법기관이 심사해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를 검찰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며 갈등하는 모습은 법질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윤석열 지검장 역시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로 전 정권에서 상처(恨)를 입은 사람이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정확한 검증이 되겠냐는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다.

법원으로서는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수사 진행상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구속영장을 기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런 식으로 영장이 기각되면 국정농단,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이해하기가 어렵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적폐 청산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관련 피의자의 영장이 발부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형사소송법에 정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도주. 증거인멸 우려라는 구속 수사 기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되면 될 일이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권력의 힘에 따라 바뀔 수는 없다. 법 앞에는 보수. 진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검찰은 그 원칙에 따라 처리를 하는 것으로 끝이다. 물론 적폐청산이 정치인의 구호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을 적용해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할 법률가들이 즐겨 쓰는 용어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은 적폐청산 성과를 내려고, 여론을 이용, 직설적으로 법원을 압박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검찰의 권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날 선 공방이 법 원칙을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전념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법원 역시 주요 사안에 대해 일반 국민이 납득 할 수 있도록 충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말했듯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촛불 세력의 중심이자 견고하게 현 문 정권을 떠받치는 거대한 힘이다. 따라서 그 힘의 요구를 정치인으로서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핵심 지지층에 많은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그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없다면 솔직한 심정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일례로 ‘사드배치’문제가 그렇다. 그동안은 반대를 주장하다, 이제 와서 국민 안보를 핑계로 ‘임시 배치’를 말하니 지지자들로부터도 반발을 사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개월을 돌이켜보면 국정운영에 실패했다. 특히 최근 북 핵위기로 나타난 외교. 안보정책의 실패를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사문제는 가장 큰 실패다.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코드. 보은 인사. 탕평인사라고 자찬하는 웃지 못할 인사. 주사파. 사노맹 출신의 인사 추천과 검증에 완전하게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자만에서 벗어나, 청와대 주요 인사들을 교체하고 외교. 안보정책의 전면 재고도 절대적이다. 그것이 바로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복잡하게 설키고 얽힌 북핵, 미사일 문제를 여전히 대화와 운전대론과 같은 근거 없는 희망과 만나 얘기해보면, 잘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풀어가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결국 상황만 악화시키는 무능함만 드러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생각할수록 아찔하고, 국가안위가 염려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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