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해 연구본부장 "잘 뿌린 씨앗 물만 주면 된다"

신약 8개 파이프라인 갖춰…외부평가 시스템 도입 등 발상 전환

"대웅제약 R&D는 다른 분들이 씨를 잘 뿌려 될만한 떡잎이 있는 상태다. 이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비료와 물을 주기만 하면 된다."

대웅제약이 글로벌 R&D 역량 강화와 오픈 콜라보레이션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올해 초 영입한 한용해 연구본부장(사진)은 본인의 역할을 이 같이 표현했다.

현재까지 29개의 국산신약이 개발된 가운데 대웅제약은 이미 2001년 국내 바이오신약 1호인 '이지에프외용액'을 내놓으면서 신약개발의 포문을 열었으나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10% 이상의 R&D비용를 투자하면서 신약개발을 위해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13.6%에 해당하는 1080억원을 R&D에 투자해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와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 개발을 목표로 다양한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올해는 한용해 본부장을 사령탑으로 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 본부장은 "이지에프 개발 당시는 신약개발에 대한 경험도 없고 역량도 집중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3~4년 전부터 신발끈을 졸라매고 다시 새 출발하는 각오로 전사적으로 매달린 만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학파, 국내 제약사 해외진출 위한 '디딤돌' 역할

한 본부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 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메릴랜드 NIH 산하 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를 진행했으며,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뉴저지에 있는 BMS(Bristol-Myers Squibb)에서 신약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BMS에서 당뇨병치료제 '온글라이자' '포시가', 항혈전제 '엘리퀴스',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 '순베프라' '다클린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신약개발의 매력에 빠졌다.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회장을 맡고 있던 그는 미국에서 배운 신약개발 경험을 한국 제약업계와 나누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교류를 추진해왔으며, 결국 국내 제약사의 해외진출 디딤돌 역할을 하고자 2014년 1월 말 귀국을 결심했다.

'유학파 1세대'로 불리는 한 본부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역량을 떠나서 합리적인 일처리 방식 등 한국에서는 새로운 시각이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제약전문가를 거쳐 벤처회사인 엔지켐생명과학에 입사,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임상을 주도해 프로젝트 2년 3개월 만에 미국 FDA로부터 임상2상 승인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8개 신약 외부평가 시스템 도입 통해 검증

대웅제약은 한용해 본부장 영입 후 신약 외부평가 검증시스템을 도입했다.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하고 연구자와 투자자(VC) 관점에서 장점과 문제점을 평가받았다.

한 본부장은 "8개의 신약에 대해 외부리뷰를 받았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하거나 보류하는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객관적 평가에 한계가 있는 만큼 파격적으로 외부에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이 그런 면에서 오픈 마인드가 돼있다"면서 "비용도 많이 들고 위축되는 면도 있었지만 검증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PRS 섬유증 치료제, 자가면역치료제 2개, 비알코올 지방간염 치료제 등 '퍼스트 인 클래스' 4개와 APA 기전의 항궤양제, 당뇨병치료제(SGLT-2), 비마약성 진통제(신경병증성 통증치료), 항진균제 등 베스트 인 클래스 4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항궤양제는 최근 임상2상에 진입했고, PRS 섬유증 치료제는 후보물질 도출이 완료돼 전임상단계에 진입했다.

항궤양제 'DWP14012'는 가역적 억제 기전을 갖는 위산펌프길항제로, 대표적인 위산분비저해제인 PPI제제를 대체할 차세대 약물로 기대 받고 있다. DWP14012는 약효발현 시간이 빠른 게 특징으로, 1일 1회 투여로 24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2019년 국내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섬유증 치료제는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대웅제약은 Prolyl-tRNA synthetase(PRS)라고 하는 새로운 타겟을 억제하는 신규 기전의 후보물질을 최종 선정하고 전임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현재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연구를 타진하고 있다.

이밖에 당뇨병치료제는 임상1상, 항진균제는 전임상,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과 자가면역치료제 2개는 전임상 준비중이며 비알코올 지방간염 치료제는 후보물질 발굴단계에 있다.

바이오의약품·개량신약·제네릭 글로벌 경쟁력 갖춰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지난 7월 1일 전복환 바이오센터장 영입하면서 '발매 제품 확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지에프(EGF), 에포시스(EPO), 케어트로핀(hGH), 노보시스(BMP-2), 나보타(Botulinum toxin A) 등 5개의 제품을 대상으로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용량 추가, 연구자 임상을 통한 신규 적응증 발굴, 공정개선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해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미생물 및 동물세포 기반의 단백질치료제 생산기술, 유전자치료제 생산기술, 줄기세포치료제 생산기술 등을 확보하고 기존 제품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해주는 외부의 아이디어를 내부의 핵심역량과 결합해 시장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1회 주사로 한달 간 약효를 유지하는 항암제 ‘루피어’도 해외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이며, 한올바이오파마와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환자를 위한 차세대 면역항암항체를 공동연구 중이다.

대웅제약은 개량신약과 제네릭 의약품의 글로벌 경쟁력도 갖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 본부장은 "제네릭 제품의 경우 선진국 기준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어 공급 제품을 바꾸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춰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며 "올로스타(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는 복합제로서는 드물게 동남아에서 허가를 진행 중이고 미국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약개발은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선행되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회사의 핵심역량에 맞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단기적인 이익성장도 고려해 밸런스를 맞추며 진행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대웅제약은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한 본부장은 "나보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신약에 집중하면서 경쟁력도 갖춰 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시작은 미약했으나 모멘텀을 통해 크게 성장한 만큼 우리 역시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8개의 신약이 모두 성공할거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현재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신약, 바이오의약품, 신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 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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