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비꼬는, 조금은 나쁜 비유다.

현재는 사건이나 사고 후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예방한다'는 차원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데, 최근 이런 현상을 보건의료계에서 자주 목도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제약사는 오너의 지속적인 언어폭력이 운전기사의 '폭로'에 의해 드러나면서 사고처리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회사가 '소 잃고 외양간을 충실하게 고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첫 카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일종의 '아부'인 셈이지만, 큰 틀에서는 제약산업에 산재한 비정규직 고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 회사는 이미지 개선과 현 정부 정책 기조에 순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에 있다. 소는 오너 리스크로 잃었어도 외양간을 새롭게 고쳐 다시 소를 잃지 않겠다는 각오가 비장하기 까지 하다. 어쨌든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기에 발버둥 치는 이들의 변화가 한편으로는 애달플 정도다.

반면 한 의약단체는 회장의 불신임 안건으로 떠들썩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회관 재건축을 두고 사전에 맺은 계약이 문제가 됐다.

회관 재건축을 염원하던 회장이 한 약사에게 가계약금을 받았는데, 이것이 해당 단체 재정 기록에는 없다. '유용' 의혹이 제기될 만한 이 건을 두고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회장이 계약서를 공개하며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과거 직원들에게 지급한 상여금이 '연수교육'에 사용될 금액으로 제공됐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금액이 이 단체 직원의 캐비넷에 보관됐다가 이후 회계처리 됐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결국 회장은 총회를 소집해 자신의 불신임 안건을 상정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당 안건은 통과되지 못해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회원들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며 완전하게 명예를 실추했다. 여기까지는 이익단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후는 사태 수습을 위해 회장이 불철주야 회원들과 만나는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이 단체의 회장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회장은 '법적 판단'을 받을 때까지 회장직을 못내려 놓겠다고 한다. 본인의 과실로 인해 피해를 받은 회원들은 일단 뒷전이 됐다. 사법적 판단이 그에겐 가장 중요한 '명예 회복의 포인트'다.

이미 민심을 잃은 그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를 하라는 임원들의 충언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예로 들은 두 곳 모두 단체와 회사의 '최고 운영자'의 문제로 이슈가 됐다. 그러나 사고 이후 '외양간을 고치는 모습'은 이처럼 확연히 다르다.

시대가 변했다. 운영자라면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 시대는 회사와 단체를 존재하게 한 사람들을 돌보고, 이들이 원하는 모습에 맞게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환영받고, 생존할 수 있다.

운영자의 '마이웨이'가 위험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에서 두 운영자가 보여주는 결단은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에도 최고운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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