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파열음 더 커져…FIP·약사대회 보이콧 움직임 예고

대의원 '적'으로 돌린 조 회장…우려 목소리 거세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은 18일 열린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저 자신에게도 한없는 책망과 원망을 하고 있다"며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조찬휘 회장의 불신임 안건이 부결된 직후 대한약사회 임시총회가 열리는 강당은 탄식과 환호가 엇갈렸다.

조찬휘 회장은 부결된 사퇴 권고안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안을 거부하면서 해당 안건의 문제 유무를 따지기 위해 법적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초반 고개 숙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를 취했다.

그의 돌변한 태도에 일부 대의원들은 "불신임 안건이 부결되자 회장의 태도가 저렇게 바뀔 수 있냐'며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대로 조찬휘 회장을 대상으로 했던 불신임 안건 외 2개 안건이 정관에 포함되지 않아 시살상 '위법'하다는 대의원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조찬휘 회장은 후자의 편에서 "해당 안건들이 (위법한 사항인지 여부를)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두개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던 대의원들과 대치점에 서게 됐다.

총회 의결 직후 대의원 82명은 약사회 회무 정상화와 회원 신뢰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긴급 동의안으로 제출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상정되지 못했다.

대의원들은 문재빈 의장에게 "대의원들의 뜻을 들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의장 직권으로 약사회 감사, 의장단 등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안이 수용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조찬휘 회장에겐 지금부터 풀어야 할 태산이 서 있다.

조찬휘 회장과 대한약사회는 불신임 부결 이후를 대비했어야 했다. 먼저 임시 총회 불신임 안건 부결 이후 과반이 넘는 대의원들의 뜻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

부결 이후 돌연 태도를 바꿔 '법적 문제'를 들고 나선 것은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대의원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동이었다.

조찬휘 회장은 '명예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설명까지 곁들였으나 명예가 중요한 나머지 민심은 수습하지 못했다.

조찬휘 회장 불신임 안을 포함한 3개 안건에 대해 투표에 참가한 대의원들. 이날 투표 결과는 안건 통과 기준인 266명에 못미친 찬성 180표가 나왔다. 다만 출석 대의원의 301명의 과반을 훌쩍 넘기며 민의를 드러냈다.  
부결 이후 그의 태도가 초반 인사말을 하면서 머리를 숙였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것도 대의원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불과 3시간 만에 '죄인과 같은 죄송스러운 마음'이 '중죄인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당당함으로 바뀌었다. 대의원들은 이 지점에서 조찬휘 회장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놓았을 지도 모른다.

본인의 '명예'에 무게를 둔 탓에 총회장에서 성토하는 대의원들에게 '회장의 말을 끊지 말라. 발언권을 얻고 말하라'는 그의 호통은 그래서 안타깝다.

"버티세요 구차하게"라는 대의원의 말에 "버티는 것이라고 하지만 난 정당하다"는 그의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산 넘어 온 태산, '절반의 반대' 끌어안아야

투표 용지를 나누는 약사회 직원들의 모습.
조찬휘 회장은 불신임 안건의 부결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이제 회원들이 등을 돌리는 국면에 처하게 됐다.앞으로 치러질 FIP서울 총회와 약사대회 보이콧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약사들은 신상신고를 하지 않겠다고도 한다. 집행부 힘빼기에 회원들이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난관은 더 있다. 새정부 초기 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과의 현안 논의가 줄지어 있지만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엔 그의 입지가 너무 좁아졌다. 그가 자랑하던 '현안 해결 능력'도 어쩌면 여기까지일 수도 있다.

제3의 폭로 예고까지 나돌고 있다. 이참에 회장 흔들기를 본격화하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이 모든 산들을 넘어가기엔 조찬휘호의 힘은 미약해 보인다. 부회장들의 사표 제출로 집행부는 이미 공백상태다. 다시 부회장들의 사표 반려까지 이어진다면 조찬휘 회장의 비난 여론은 더 폭주할 것이다.

이 위기를 딛고 서려면 조찬휘 회장이 말했듯 "본인으로 인해 갈등이 조장되고 본인으로 인해 혼돈이 된 회무"를 막기 위해 먼저 자신의 과오를 숨김없이 밝히고, 책임지는 철저한 자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성을 거부한다면 조찬휘 회장은 앞으로 회무의 정당성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 본인으로 인해 상처받고 등을 돌린 회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가 걱정하는 산적한 회무 보다 산처럼 쌓인 회원들의 불신감을 먼저 다독이고 끌어안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약사회관 앞에서 캠핑을 치며 본인의 불신임 안건 통과를 외쳤던 ‘젊은 약사들’을 만나 위로하고 안아야 한다. 역사 위에 선 조찬휘 회장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시급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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