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애인의 어머니' 조이스 벤더, 한국 방문

본인 스스로 뇌전증 환자이면서 장애인의 사회적 편견에 맞서고 있는 '미국 장애인의 어머니' 조이스 벤더가 한국을 찾았다.

대한뇌전증학회의 초청으로 두 번째 한국 방문에 나선 조이스 벤더는 미국에서 훈련된 장애인을 고용 및 스카우트 하는 회사 '벤더컨설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기업 및 연방 정부 단체와 협력을 맺고 장애인의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장애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이스 A. 벤더가 지난달 30일 대한뇌전증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뇌전증 환자의 사회적 편견 극복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

지난달 30일 더 케이호텔에서 진행된 대한뇌전증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이스 벤더는 "뇌전증을 수치스러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는 아직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며 뇌전증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화법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 방문이 두 번째인데 첫 방문 역시 대한뇌전증학회의 초청으로 왔었다. 당시 한국 환자가 수치심을 가지고 숨어사는 상황을 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일반인과 같이 살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더는 "나 역시 뇌전증 환자였고 여전히 뇌전증을 앓고 있다. 이 병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사회적)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과거 뇌전증은 악마에 쓰인 사람들이 걸리는 병으로 인식됐으나 이런 미신도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스스로 이 병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많은 뇌전증 환자들도 힘을 가지고 앞서 나아가야 한다"면서 "뇌전증 환자들이 자신의 병으로 인해 사과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권익을 세우는 일"이라면서 "뇌전증 환자의 고용을 가로 막는 낙인을 깨는 노력을 사회 전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벤더는 자신이 뇌전증 환자인 것을 인식하게 된 사건을 소개하면서 뇌전증에 대한 오진 사례가 적잖은 환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나 역시 한 번의 발작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미국에서는 뇌전증을 오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그런 경우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기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의사는 여성 호르몬으로 인한 것이라고 오진을 내렸다"면서 "결혼 후 남편과 극장을 가서 기절해 두개골이 깨져 뇌출혈이 일어나 뇌수술을 받은 후 내게 뇌전증 약물이 투여되는 것을 보고 내 병명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는 기절을 하지 않게 됐다"면서 "발작이 없었던 나는 기절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병을 모르고 오진을 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전증 진단 이후 나는 예전처럼 살아가고 있다. 병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벤더컨설팅 법인을 세워 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일로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장애인 취업 촉진에 관한 최고의 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은 수상식에서 여자이면서 뇌전증환자인 조이스 벤더에서 이 상을 수상한다는 말로 나를 소개했다"면서 "이 말은 나를 설명하는 아주 적절한 말"이라고 말했다. 

조이스 벤더는 장애인 고용과 사회 참여, 편견 극복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1년 美뇌전증재단 뇌전증 영웅상을 받은 데 이어 2013년 제네바공로상,  AAPP 모두를 위한 정의 기업상, 2015년 美의용군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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