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사회적 낙인으로 병 숨기고 살아

"전국 단위 뇌전증센터 지원 필요"

"미국의 뇌전증 환자들은 운전과 취업, 독립성을 질환의 문제점으로 꼽는 반면 한국 환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발작과 편견으로 인한 제약을 말한다."

대한뇌전증학회가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국민 홍보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전국 단위의 뇌전증센터 설립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동안 학회는 사회적 편견에 따른 환자들의 올바른 치료 부족과 그 현황을 조사해 왔는데 올해는 미국에서 뇌전증을 딛고 장애인 사회 고용 기업 '벤더컨설팅서비스' 설립자인 조이스 A.벤더씨를 초대해 뇌전증 환자들의 편견과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는 조인식을 맺고 본격적인 한미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지난달 30일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학계를 비롯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일련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더 케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뇌전증 환자들의 사회적 차별 및 낙인 ▲미국 뇌전증 환자의 사회 복지 ▲한국-미국 뇌전증 환자 복지 향상을 위한 협력의 약속 ▲전국 거점 뇌전증치료센터 지원 사업 계획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사회사업의 필요성 등을 소개했다.

한국 뇌전증 환자들의 사회적 차별·낙인 '심각'

이날 이상암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과)는 '한국 뇌전증 환자들의 사회적 차별 및 낙인'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뇌전증을 앓는)외국과 우리나라 환자들의 걱정거리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미국은 운전이나 취업, 독립성을 말하는데 반해 우리나라 환자들은 발작 발생과 이에 따른 당혹감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뇌전증은 같은데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사회적 낙인'으로 본다는 데 있다"면서 "우리나라 환자들은 다른 사람이 뇌전증을 보면 열등하게 생각할 것이다. 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실제적으로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기 때문"이라면서 "뇌전증 환자들은 취업 때 질병으로 인해 거절을 당하고 해고되거나 직장에서 부당대우, 약혼 파기, 이혼, 따돌림 등 사회적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조차 질병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인들에서 질환을 알리느냐고 물었을 때 환자 50%가 친구에게도 숨긴다고 답했다"면서 "환자들은 뇌전증을 숨기고 살다보니 사회에서 뇌전증 환자를 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뇌전증,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

이날 이상암 교수는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와 학계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환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은 질환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과 질환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뇌전증을 약으로 70% 치료가 가능한데 사회에 오픈이 안 되어 있어 편견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뇌전증 환자의 치료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일본에서는 과거 지랄병으로 불렸던 병이 뇌전증인데, 현재 진료현장에서도 뇌전증이 과거 '간질'로 불렸다는 것을 설명하면 이해를 한다"면서 "결국 질환의 이름만 바뀌고 인식은 그대로 인 상태"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때문에 뇌전증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불안과 우울에 많이 시달린다"면서 "사회 복지사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 마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국가에서 뇌전증 센터 지원사업을 해야 할 때가 됐다. 국내 환자 수가 전국 단위로 25만명 가량이나 된다"면서 "파킨슨병보다 환자군이 많지만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정보 부족으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홍 회장은 "열악한 뇌전증 센터 지원을 위해 전국적으로 큰 도시 위주로 센터를 마련해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단 한번도 정부가 뇌전증에 대한 지원을 한 적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뇌전증 센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 "정신과와 재활의학과만 치료 행위 수가를 받고 있는데 일부 병원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사회복지사가 사명감 갖고 환자 케어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엔 센터가 없고 환경이 여의치 않아 환자 치료에 적극적일 수 없다 보니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과 치료 기술도 기구나 의료 설비가 없어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정부에서 지원을 조금만 해주면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의료도 너무 편파적으로 한쪽에만 지원이 되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뇌전증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보다 사망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제는 사회에서 국가에서 뇌전증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시작해야 할 때"리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뇌전증의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 대국민 계몽 운동을 통해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학회도 사회사업의 급여 확대와 뇌전증 센터 국가지원 사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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