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에는 ‘이런 것도 연구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의외의 연구 주제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꾸물거림(Procrastination)이다. 꾸물거림이란 말 그대로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서도 계속 미루기만해서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꾸물거림’과 ‘미루기’를 구분한다. 단지 일을 조금 뒤늦게 처리할 뿐,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하고 결과도 나쁘지 않을 때는 미루기라고 한다. 이는 굳이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꾸물거림이란 무엇일까? 여러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➊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일을 미룬다.
➋ 미루는 행동이 주어진 과제와 무관하거나 전혀 불필요하다.
➌ 결과가 나쁘거나 역효과가 나타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불필요하게 계속 미루기만 해서 결국 나쁜 결과를 얻게 되었음에도 이런 행동 패턴을 바꾸지 못해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꾸물거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일을 미루기는 하나 주어진 기간 안에 끝마치기도 하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면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꾸물거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일에 착수하기 전 정보를 많이 수집하거나 계획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만 최고의 능률을 보이고 일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저 일을 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피하고 싶은 마음 이기고 ‘시작’해야

어떻게 해야 꾸물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서중심 대처를 하는 사람들은 일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를 회피하려고만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문제중심의 대처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스트레스를 안 느끼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만 거기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일을 바로 시작한다. 이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문제중심의 대처를 하는 사람들은 일이 닥쳤을 때 일을 끝냈을 때의 기분(상쾌함과 속시원함)을 떠올리지만, 정서중심의 대처를 하는 사람들은 일을 할 때의 기분(막막함과 어려움)을 떠올린다.

이렇게 감정에 압도되다 보면 일을 하기 전부터 패배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부정적 정서에 사로잡히다보면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꾸물거림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 마음 한편에서는 “회피해! 나중에 해!”라는 유혹이 있겠지만 그 유혹을 이기고 일단 시작해보자. 첫 단추를 끼우면 그 다음 단추가 보이기 마련이다. 일을 다 끝냈을 때의 상쾌함과 속시원함을 상상하자.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꾸물거림이 아니다. 괴로움을 초래하는 원인인 일을 끝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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