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출시 지연 통해 소비자 후생 저해 및 부당 독점이익 등"지적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약사의 '역지불합의' 실태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면서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지불합의(Pay for delay)는 제네릭의약품의 시장진입 지연 또는 포기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기로 오리지널 제약사(특허권자)와 제네릭 제약사 간의 이루어지는 합의를 말한다.

무효 가능성이 높은 특허의 유지로 제네릭 출시가 지연돼 높은 수준의 가격유지나 소비자 후생 저해, 부당한 독점이익을 두 제약사가 나누는 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소현 변호사.
28일 오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경쟁제한적 합의에 대한 공정거래법 규제 세미나'에서는 제약사간 역지불합의 사례가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총 5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GSK-동아제약 사건이다. 당시 오리지널 항구토제 '조프란'을 시판하고 있던 GSK는 동아제약이 제네릭 '온다론'을 출시하자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으나 얼마 후 소송을 취하했다.

동아제약이 시장에서 온다론을 철수하고 시장진입을 하지 않는 대신 GSK의 조프란 및 미출시 신약에 대한 판매권 등 인센티브를 제공받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계약은 특허만료일인 2005년 1월이 지난 2011년 10월까지 묵시적으로 갱신돼왔다.

공정위는 GSK와 동아제약간 합의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홍소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 사건은 역지불합의의 위법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법원도 지재권의 정당한 행사 범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허분쟁과정에서 ▲합의 당사자가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 ▲합의의 목적이 관련 시장의 경쟁제한과 관련되는 경우 ▲특허권이 만료된 이후의 기간까지 관련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특허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시장에서 관련 사업자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분쟁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임을 합의 당사자가 인지한 경우 또는 무효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의 합의는 부당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홍혜종 사무관.
홍혜종 공정위 사무관(변리사)은 "GSK-동아제약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해 가격인상, 산출량 감소, 시장 점유율 변동이 있었다"면서 "온다론이 합의에 의해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조프란의 약가가 더 이상 인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은 저렴한 온다론 대신 고가의 조프란을 구입할 수밖에 없고 복제약 시장 철수로 이용기회가 박탈당했다"며 "또한 동아제약이 시장진입을 포기해 소비자 후생이 저해됐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특허권자인 미국 솔베이는 제네릭 제약사 액타비스가 남성 성선(性腺) 기능저하증 치료제 '안드로젤' 제네릭을 출시하자 특허침해금지 청구 소를 제기하고 30개월의 판매금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양사는 소송 중 화해계약을 체결했는데 액타비스는 특허만료 65개월전까지 제네릭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고, 솔비이는 액타비스에게 안드로젤 비뇨기과 의사 판매권 부여 및 서비스 대가로 매년 19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사이의 금액을 지급키로 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는 거액의 역지급 합의는 심각한 경쟁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유럽은 특허권자인 룬드벡이 머크 등 4개사가 항우울제 'Citalopram'을 제법특허와 다른 방법으로 제네릭 생산을 시도하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룬드벡은 4개 제약사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대신 수천만 유로를 지급하고, 제네릭 제약사들의 의약품 재고를 폐기 목적으로 구매하며, 판매계약 체결로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등의 합의로 소송을 종료한 바 있다.

존슨앤존슨(J&J)의 경우도 '펜타닐' 제네릭 발매를 지연하는 대가로 노바티스에 금전적 대가를 지불했다. EC(유럽공동체)는 이들 사례에 대해 경쟁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홍소현 변호사는 "GSK-동아제약 사건은 특허만료일이 지났기 때문에 확실히 부당행위로 보기 쉬운 사례였지만, 미국와 유럽은 특허만료일이 지나지 않은 전형적인 사례였다"며 "미국와 유럽은 이 사례들을 심각한 경쟁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홍혜종 사무관은 "외형상 지재권의 정당한 행사로 보이더라도  제도의 본질적 목적에 반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여지가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사안마다 달라지겠지만 공정위 기준이나 심사지침 기준을 참고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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