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환자, 암치료 보장성 강화 요구…복지부, 약가 절반 주장 반박도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의료정책 공약 중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암환자들은 항암신약의 급여 확대와 신속한 급여화 등을 포함해 암의 보편적 사회적 부담을 고려한 암치료 보장성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급여화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암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국임상암학회는 19일 롯데호텔에서 제15차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암환자를 위한 정책과 함께 '(가칭)암 보장성 강화 국민참여협의체' 설립 운영을 제안했다.

김봉석 보험정책위원장.

김봉석 한국임상암학회 보험정책위원장(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암환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라는 발제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보편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강조했다"며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이 훼손되고 암환자에 대한 질적·양적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한 의료기회를 보장하고 담뱃세 인상분을 활용한 암 치료비 지원 등 타정당의 암 치료 보장성 강화 공약에 대한 검토 및 수용이 필요하다"며 "환자 중심 암 치료환경 조성을 위한 협의체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새 정부가 '보편적 보장성 강화'의 애매함을 꼬집고 암환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보편적 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지난 4년간 추진했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에 문제가 있어 다른 질환까지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모든 질환을 동등하게 하겠다는 건지 애매하다"며 "제한된 재원에서 혹시 지난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암환자를 포함한 중증질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비급여 축소 방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것은 도리어 과학적 근거와 효과를 갖춘 고가의 항암제 등의 급여화를 늦추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선순위에 따라 차별이 아닌, 차등적으로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이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라는 것에는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하고 암환자를 위한 급여화를 위해 경제성 평가 개선을 요구했다.

백민환 한국다발공수종환우회 대표는 "암환자는 중산층이 많기 때문에 메디컬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며 "보험급여화를 위한 경제성 평가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도 "경제성 평가에 질적 평가가 빠져 있는데 포함돼야 한다"며 "경제성 평가만 갖고 급여기준을 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는 제도의 개선보다는 환자 맞춤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요구했다. 그는 "항암신약 분야는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경제성을 평가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들이 접근해야 한다"며 "이런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은 투명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약제 급여 기준은 생존기간을 1년으로 봤을 때 의료비용이 2만 파운드가 들면 대부분 급여를 해주고 3만 파운드나 4만 파운드는 심사숙고하며 5만 파운드 이상이 들면 급여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된다면 제약회사도 예측하면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편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조화할 지 정부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평, 적정약가 찾는 과정…제약사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의 지속 추진을 약속했으나 고가항암제 급여확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 급여율은 2008년~2012년 52%에서 2014년~2016년 65%대로 높아졌고 전체 신약 급여율은 70%가 넘는다"며 "최근 고가신약에 대한 급여율은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는 약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해서 국민들한테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행정업무"라며 "빠른 공급과 적정한 약가를 찾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조화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약등재 절차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아쉬워했다.

곽 과장은 "신약등재 프로세스는 저희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협상을 통해 당사자간의 계약형태로, 적정약가를 찾아보는 과정이 경제성 평가"라고 말했다.

항암제의 경우 제약사가 신청하는 고시가가 70%인데, 100원에 신청하면 경제성 평가를 통해 약값이 30원이 싸진다는 것.

곽 과장은 "그 차액은 또 다른 신약이 나왔을 때 구입 재원이 된다"며 "경제성 평가의 세부적인 면은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내 신약의 약가가 OECD 회원국의 절반밖에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힘주어 반박했다.

곽 과장은 "저희는 외국에 비해 약값이 50%인지, 70%인지 알수가 없다"며 "글로벌 제약사는 각국과 위험분담제 형태를 통해 이중계약 가격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표준값과 실제가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각국에서 어느 정도 가격이 형성되는지는 해당 제약사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급여화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약사들도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이행해야 한다"며 "사회공헌프로그램 등을 통해 환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암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정부, 의료계, 환자등 이해당사자들이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것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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