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냐 우파냐의 사상 검증을 방불케 한 5·9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동안 몇 번의 대선을 치러보았지만 이번처럼 좌. 우가 갈라져 많은 사람들이 뻔질나게 문자나 카톡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물론 가짜 뉴스도 포함) 치열한 공방전을 벌리며 긴장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치열한 선거전은 끝났지만 후련하지는 않다.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다. 사상 유례없이 15명이라는 후보가 난립한 이번 선거에서 뽑고 싶은 후보가 단 1명도 없어 내 표를 어디에 던질지 망설여지면서 씁쓸했다. 

마치 식탁에 반찬은 다양하게 많은 데 막상 먹고 싶은 반찬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심정이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는 먹기 싫어도 무엇인가는 먹어야 하는 것처럼 투표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지지하는 정당, 마음에 드는 후보 하나 없는데, 어차피 내 한 표를 덜 싫은 사람에게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

문득 심리학자가 설문조사를 하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설문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이 설문에 참여하기 싫으면 빈칸으로 남겨두면 되는데 깊게 생각하지 않고 즉답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응답 하지 않은 경우 조사자에게 협조를 안 한 것으로 끝나지만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응답했다면, 조사자의 의도와는 달리 엉터리로 답한 결과가 되어 그 자료가 왜곡된 자료가 되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엉터리 자료로 엉터리 투표를 했다면 그 투표 결과는 왜곡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대선에서 지지율을 말하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설문 대상과 설문내용에 따라 지지율이 다소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지율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주게 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 등 주요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않고, 여론에 따라 투표를 하다 보니 정당한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투표자가 자신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조차 못하고 즉흥적이고 후보를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투표를 하게 된다.

신중히 생각해보고 따져보면 후보의 뻔한 거짓말, 절대 실현 불가능 한 공약, 말도 안 되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투표한 순간 그 엉터리 투표까지 모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진정한 표들로 돌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 될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무성의하게 던 진 내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차후 문제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대통령을 탄핵에 갈아치운 ‘촛불집단’, 우리 모두에게 약이 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촛불 집단’은 ‘국민의 소리’ 라며 그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촛불집단은 너무 승리감에 빠져선 안 된다. 유권자는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과거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가 생각난다. 그 힘이 새 대통령의 국정에 발목을 잡거나, 시간을 방해하는 데로 활용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두 달 남짓 대선 기간 중 선관위에 고소. 고발 건수만 지난 대선보다 5~6배나 늘었다는 게 선관위 측 말이다. 이번 대선은 유권자의 높은 관심만큼이나 좌 우 ‘대립 전’(戰)으로 혐오와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이 지나친 경쟁이 새 대통령에게 투표를 던지지 않은 절반이상의 국민을 지나친 좌절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이번에도 비운의 대통령은 아니 되는 것인지? 염려가 된다. 이런 걱정은 우리 ‘국민의 수준’ 에 대한 의구심에서 나온다.

잘못된 대통령, 저질 대통령을 뽑은 것도 결국은 유권자다. ‘어느 나라나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는 말이 있다.

50보, 100보의 지도자가 계속 나오며 국가를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만든다면 ‘국민의 의식’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트럼프. 시진평. 아베. 푸틴에 김정은까지 막무가내 식의 마초들로 둘러싸인 위험한 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 같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자세는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어려운 안보위기에서 경제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겠다거나 아니면 이런 상황을 솔직히 자인하고 사회와 국민의 헌신의 의무를 호소하는 등의 비전 제시는 없었고 지엽적인 지자체장 수준으로 생활밀착 수준의 공약만 난무했다.

국가는 없고, 민생만 살피겠는 공약만 남발했다. 표를 의식하는 공약일 뿐이다. 우려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이 후보시절 ‘적폐 청산’을 강조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것이다.

‘내 편 아닌 사람’을 골라내는 문화대혁명이 될까봐서다. 민주사회를 자처하면서도 싫은 소리를 배제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적폐’가 아니가?

“세월호 유족이 무슨 벼슬인가. 5.18유가족만 특혜를 받는 갑질?” 예외일수는 없다. 또 선거 막바지에 2012년 문후보 후견인 역할을 하다가 ‘친노의 분열적 색채’가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밀려 당 대표를 내놓은 이해찬 의원이 이번에도 “극우 보수 세력을 철저하게 궤멸시키고, 이를 위해 장기 집권을 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궤멸’은 군사용어다. ‘적을 재기 불능하게 무너트려 없앤다.’는 뜻이다. 모두가 말에 대한 책임을 저야 할 것이다. 이런 자세로 정권을 잡으면 그 결과는 어찌 되겠는가.

새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원한과 미움, 분열에 사로잡힌 국민을 끌고 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라를 이처럼 갈라놓고 집권한다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새 대통령의 앉고 가야할 문제다.

군주의 통치술에 집중한 한비자(韓非子)에는 백성의 역할을 기술한 대목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는 징조를 다룬 ‘망징(亡徵)’편에는 “관리의 능력은 약한데 백성들이 거칠고, 사나우면 나라가 소란하고, 나라가 소란하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지금 수선한 정국이 바로 그렇다. 선거도 끝났다.

이제는 우리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일상으로 돌아가 삶을 고민하며 수준 높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자.

새 대통령이 되었으면서도 노란 리본 달고 세월호와 5.18 유가족의 말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믿고 싶다. 지금 새 대통령은 분열된 국민들을 한데 모아 나라의 비상 상황을 돌파하는 참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