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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者一燈, 맑은 가난은 '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다
2017년 05월 04일 (목) 08:40:58 문윤희 기자 news@pharmstoday.com
지난 3일은 불기 2561년 전 중생의 구제를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이 오신 거룩한 날이다. 그래서 많은 불자들이 이 날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사찰(寺刹)을 찾기도 했다. 음력 사월초파일이면 아직 이른 초여름인데 무척이나 후덥지근하다.

그 어느 해 보다 더 어수선한 심정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것 같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불자가 아닌 범인(凡人)의 느낌도 그러할 진데 스님과 불자들의 마음은 오죽했겠는가.

모두가 말은 안 해도 착잡하고 괴로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조계사에서는 대선 후보들 4분이 참석한 가운데 봉축법요식이 거행되었다. 봉축사에서 지승 스님은 “사부대중들이 장벽을 만들어 스스로 갇힌 삶을 살고 있다”며 “파벌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고 이어 진제법원대종사의 봉축법어가 있었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상구보리 하화중생”(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과 “회향”(자신이 쌓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일)이란 덕목이 있다.

‘배워서 남 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덕목을 실천하면 수행자는 물론 속세의 중생들까지 덕을 쌓으며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열린 연등회 역시 비단 불교신자뿐 아니라 대중과 호흡을 함께하는 데 초점을 둔 것 같다. 종교행사라기보다 축제의 성격을 띤 것으로 풀이 된다.

지난 달 말 조계사 일대에서 열린 ‘2017 연등회 전통문화마당’은 연등 만들기. 사찰음식 체험하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불자는 물론 속세의 중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정 종교를 강조하기보다는 누구라도 함께 하며 즐기고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라고 말 할 수 있다. 불교가 대중 속에 파고들면서 한 층 더 젊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사월초파일의 연등회가 지난 해 중요 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된 직후라서 한층 그 의미가 깊다 할 수 있다. 이럴수록 가난한 여인의 정성어린 등불에 부처가 감동했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고사를 모두가 뼈저리게 되새기며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부처는 우리에게 번뇌의 뿌리인 모든 관념을 버리도록 도우셨고 이 비어있음에 집착함도 크게 나무라신 분이기도 하다. ‘금강경’에 보면 “무릇 모든 상(相)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본다면 여래를 보리라”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상’은 말 그대로 모습을 말한다. 이 ‘나’ (自我)라고 하는 몸과 마음도 사실은 허물이며 허공 속 꽃잎과 같은 존재일 뿐이란 뜻도 내포되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면서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음미 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스님 보러 절에 가는 게 아니라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범인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생명의 씨앗을 움틔우며 꽃을 피우고 그리고 열매를 맺은 후 언젠가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존재다. 그래서 내 미래의 중생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좋은 밑거름, 좋은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한 줌의 흙이었으니 말이다. ‘맹수의 왕 사자는 자기 몸속의 보잘 것 없는 벌레한테 잡아먹힌다.’는 부처님의 경고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와 닿는다. 불교는 무소유(無所有)이며 비구는 ‘걸식’(乞食)이다.

불교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치 승(僧)의 참회와 각성을 기대하기보다 종단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승려들은 돈에 대해서는 관여치 말게 하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토록 종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부대중 모두가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사찰을 중심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묵묵히 돕는 스님, 불자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다.

몇해 전, 회자됐던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라는 말처럼 바깥세상으로 터져 나오는 잡음이 너무 크고 잦다. 세속화 된 기독교도 문제지만 지금까지 종단의 역사로 보면 한 마디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작금의 행태를 옷 두벌로 40년을 지냈고 물욕을 멀리 하셨던 성철 스님이 보셨다면 과연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로 등이라도 후려치지 않으셨을까. “이놈들아 정신 차려! 중생을 구도해야 할 놈들이 뭣 하는 짓거리냐” 라고 꾸짖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지난 2010년 3월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문득 떠오른다. “장례식을 치르지도 마라. 수의도 준비하지마라 그리고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쓰지 마라. 강원도 오두막 대나무 평상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茶毘)해라. 사리도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무소유를 설파해 온 법정 스님의 유언이다.

수행에 전념해야 할 수도자들이 정치권력을 활용해 종단 권력을 추구하려는 정치 승, 불교를 세속에 이용하려는 정치인과 사회단체의 책임도 크지만 무엇보다 승려들의 책임 또한 크다 할 수 있다. “지혜를 얻는 길은 무엇이고, 재물을 쌓는 길은 또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벗과 헤어지지 않고, 현 세상과 후세에까지 슬픔이 없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가?” 부처님을 시험한 ‘야차’의 물음은 속세에서의 중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과연 부처님은 어떻게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했을까? 꼼꼼히 자신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성찰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부처님의 지혜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깨달을 수 있다면 그 가르침은 우리들의 고통과 세속의 번뇌를 맑고, 청정하게 씻어주는 지혜의 샘물이 될 것이며, 이 사회는 연등의 불빛이 환하게 비취는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대한 불교조계종 등 불교 29종단으로 구성 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지난 2월 인사 혁신 처에 현재 ‘관공서의 휴일에 관 한 규정’ 에 ‘석가탄신일’로 정해진 명칭을‘부처님 오신 날’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불교계가 이처럼 명칭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한글화 추세에 적합하고▲ ‘석가’는 부처님 당시 인도의 특정지역부족명이지 부처를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계는 지난 1963년 조계종이 ‘부처님 탄일 공휴일 지정 대정부 건의서’ 낸 후 법정투쟁까지 벌인 끝에 1975년 공휴일 지정을 받아냈다.

불교계는 1972년부터 공휴일 명칭을 ‘석가 탄신일’이 아닌 ‘부처님 오신 날’ 로 해달라고 건의 한바 있다. 불교계가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칭 개정은 국무회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문화체육관광부 종무 실 등 정부관계 부처, 그리고 타 종교 관계 등을 감안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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