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법적 대응" 예고 vs (직) "회원 뜻따라 직선제 먼저"

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구)대한산부인과의사회 기자간담회(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기철 수석부회장).

한 지붕 아래 있는 두 산부인과의사회가 갈등을 넘어 분열이 심화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구)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학술대회를 동시에 열어 회원들의 분산은 물론, 혼란을 가중시켰다.

학술대회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책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상대 단체에 대한 비판과 입장 해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두 단체의 통합을 전제로 작년 추계학술대회부터 교수의 강연 금지 등 극약처방을 내놨으나 별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광덕 비상대책위원장.

먼저 9일 정오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 (구)산의회는 현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끝까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광덕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대의원 의장 자격가처분 취소건이 인용되면서 대의원총회가 무산돼 현재 회장도, 대의원 의장도 공석이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면 법적 대응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직)산의회는 법원에서 파견한 이균부 임시회장을 상대로 또 소송을 제기했다"며 "(직)산의회를 해체하고 들어오면 이사진의 절반을 내주겠다고까지 했는데도 안됐다"고 설명했다.

(구)산의회는 상대 단체가 연자 초청을 방해하고, 평점 부여가 안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배포하는 등 이번 학술대회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기철 수석부회장은 "저쪽(직선제 산의회)의 방해로 강연이 취소됐고, "평점이 못나간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리기도 해 회원들이 문의를 많이 해왔다"며 "산부인과학회와 상대 단체 양쪽에서 방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산의회는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회장선출 방식에 대해 회원의 뜻을 묻는 설문조사 실시 결과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기철 수석부회장은 "결과는 공표하기 어렵다"며 "직선제 선호가 높게 나오긴 했지만 설문조사 실시 의도가 대의원 설득용이기 때문에 회장이 허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공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균부 임시회장의 행사 불참에 대해서는 상대 단체에 의한 피소에 따라 공정성에 무게를 두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양 단체 "등록자 수 800명 성황" 자랑

9일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직)대한산부인과의사회 기자간담회(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동석 회장).

한편 (직)산의회는 오후 1시 20분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장선거 간선제든, 직선제든 회원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직)산의회 해체가 먼저가 아닌 회원총회를 거쳐 회장선거 방식 투표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

이동욱 비상대책위원장.
이동욱 비상대책위원장은 "저쪽(구산의회)은 나라는 있는데 대통령도 없고 국회의장도 없고 국민만 있는 상태"라며 "이제 국민들이 바로 세우는 일만 남았다. 더이상 회원들을 대표한다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회장도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이 직선제를 선호한다고 나왔는데도, 구산의회는 투표를 하는 와중에 오는 5월 20일 회장선거 공고를 했다"며 "설문조사는 형식적으로 하고 간선제 회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대의원 의장 자격가처분 건이 인용되면서 대의원을 소집할 수도 없기 때문에 회원의 뜻을 물어 정상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 단체는 서로 이번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이기철 (구)산의회 수석부회장은 "상대 단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올해 800여명이 등록했다. 허수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물론 프로포폴 강연때문에 타과의사와 촉탁의가 많이 오기는 했다"고 말했다.

김동석 (직)산의회 회장은 "이번 행사에 800명이 등록하는 등 출범 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행사 부스 또한 오버돼서 커트했고 경품 협찬도 100개가 넘게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직)산의회는 상대 단체의 연자 초청 방해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동욱 비대위원장은 "학회 차원에서 지난번 학술대회부터 교수 강의를 금지했다"며 "이번 (구)산의회 프로그램에 교수 이름이 있어서 학회에 기본 입장에 대해 질의한 것일 뿐 방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평점 부여 문제는 현재 대한의사협회에서 실사가 나온 만큼 두고 볼이라는 것.

(구)산의회는 법적 대응 다음 수순으로 임시대의원 의장을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직)산의회는 올해 가을 학술대회가 진정한 산부인과의사회의 장(場)으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했다.

양쪽 모두 말만 '소통과 화합'일 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이어서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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