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사이에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바람이 제법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머지않아 벚꽃이 만발하면 또 축제의 분위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봄단장을 하고 거리로 나서는 등 마음마저 분주해지겠지.

지금은 시(時)때(日)도 없어졌지만 봄은 특히 결혼의 계절이기도 하다. 오래 전 필자가 결혼예식장에서 신랑신부에게 들려 준 주례사가 생각난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다 변하게 되어있고 영원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되어있습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음식은 발효되고 또 어떤 음식은 부패가 됩니다. 발효되는 음식은 오래 될수록 맛과 향기를 내며 곁에 두게 되지만 부패된 음식은 오래 갈수록 악취를 풍겨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부 관계도 그렇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있는 두 사람도 발효되는 음식 같이 오래도록 맛과 향기를 품어내며 곁에 두는 그런 사랑의 부부가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발효와 부패는 똑같은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가미되면서 변해가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변하는 형태는 전혀 다르다.

부패는 썩고 악취를 풍기지만 발효는 오래 갈수록 오히려 아름다운 향을 품어내면서 식욕을 돋구어준다. 특히 부패된 음식은 오래두려고 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러나 발효 식품은 시간이 갈수록 오래 두려고 하고 잘 간직한다. 똑같이 변하는 것이지만 그 음식에 어떤 균이 가미되느냐에 따라 악취를 풍기거나 맛과 향을 풍기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인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우리 몸에 부패균이 가미되면 악취와 병원성 물질이 형성되면서 발암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되면 우리 장(藏)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는 데 그 증세는 ‘변’에서 심한 악취가 나거나 방귀냄새가 지독하게 나면 ‘장’내 균이 좋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효모나 유산균 등 유용한 균이 가미되면 인체에 유익한 효소나 비타민 등 인체에 좋은 면역물질을 만들어 내며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스님이 동자승을 데리고 늦은 저녁 산길을 가고 있는데 한 물체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가서 무엇인가 가져오라고 했더니, 동자승이 보니 지푸라기 다. 동자승에게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더니 향내가 난다고 답했다.

스님이 “아마 향내가 나는 것을 보니 꽃을 쌓았던 지푸라기 인 것 같다"고 했다. 또 걷다보니 또 지푸라기 가 보인다. 스님이 이번에도 갖고 와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동자승이 달려가 냄새를 맡아보니 심한 비린내가 난다. 동자승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지푸라기에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고 했더니 ”아마 심한 비린내가 나는 것을 보니 누군가 생선을 싸맨 지푸라기 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어떤 종류가 되었든 간에 그 안에 무엇이 담겨져 있었는지에 따라 풍기는 냄새도 전혀 다르다. 우리의 마음가짐도 그렇다. 내면에 있는 우러남이 밖으로 분출되면서 향기든 비린내든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다.

눈에는 마치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발효나 부패는 우리 인간에게서도 찾아볼 수 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연륜들이 몸에 깊게 배여 사회에 가르침을 주거나 타인에게 모범을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삶의 과정을 내세우며 공연한 아집을 부리거나 오히려 타인을 해치며 불편함을 보이는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이처럼 똑같은 과정의 삶이지만 내면에 있는 그 삶의 연륜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함께 하고 싶기도 하고, 곁에서 멀리 떠나고 싶기도 한 것이다. 음식의 발효는 균(菌)에 의해 발생되지만 인간의 발효나 부패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의 자기 성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면서 경험하게 되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좌절 등등, 또 교육학습 등을 통해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활용하는 일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경륜을 말해 주면서 삶의 지침을 주는 일, 그래서 늘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모두가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부패가 아니라 오랜 시간 발효되어가는 과정에서의 삶이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성숙한 과정으로 이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봄바람과 함께 가칭 잡영(雜靈)들이 저마다 잘 났다고 뽐내며 설쳐 되는 데 하나 같이 심한 악취가 나고 비린내가 역겹게 난다. 참으로 힘든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밥상은 식탁에 차려져 있는데 입맛에 맞는 꺼리가 없다. 수저는 들고 있는데 먹을 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배가 고파 먹기는 해야 하는데 먹고 싶은 것이 하나 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인가는 먹어야 할 운명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차려진 밥상에서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참으로 슬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현재 분명 공직에 있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자리를 이석하고 선거운동을 하러 다녀도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업무는 언제 보며 결제는 신속하게 이루어지는지 ? 혹 직무지 이탈로 되는 건 아닌지? 직무를 유기한 채 봉급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편식하지 않고 영양 섭취를 골고루 취할 수 있는 비빔밥 같은 정치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그립고 아쉬운 때다.

우리나라에는 숙성된 발효식품이 참 많다. 매일 즐겨 먹어도 싫증이 안 나는 김치를 비롯해 간장, 된장, 고추장이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또 식초와 포도주도 좋은 발효식품이다. 마찬가지로 그런 발효식품 같은 정치지도자를 기다리는 것은 지나친 과욕일까?

악취를 풍기며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군상들이 오늘 이 시간에도 비린내를 풍기고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면서 추파를 던지고 있다.

과거 로마 집정관들처럼 대통령 임기를 1년으로 해서 천주교 교황을 뽑듯 하면 어떨까. 5월의 두려움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인 것 같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