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나도바람은 아직 차갑다. 하지만 대지는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꽃을 틔운다. 추위를 이기고 꽃망울을터트리는 매화는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봄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매화차 한 잔을 마셔보자.

마음을 맑게 하는 매화차

매화는 첫봄을 알리는 꽃이다. 하얀 눈을 뚫고 고고하게 피어나 맑은 향기를 전해준다고 해서 예로부터 ‘선비의 꽃’으로 불렸다. 고난 속에서도 빛나는 자태가 선비의 지조와 기개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퇴계 이황은 자신의 저서 『퇴계집』에서 세속을 초월해 청렴함을 지키는 선비의 모습을 매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화가 지닌 상징성 덕분에 선비들은 생활 속에서도 매화를 곁에 두기를 즐겼다. 매화차 역시 마찬가지다. 봄이 피는 매화는 독성이 없어 생(生) 꽃 그 자체로도 차를 만들 수 있다. 홍매화나 백매화나 모두 차로 마시기에 괜찮다. 옛 선비들은 봄에 얻은 매화를 냉동해두었다가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얼린 매화를 두세 송이만 우려도 매화 특유의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처럼 매화는 생(生) 꽃 그대로나 얼려서도 그리고 말려서도 차를 만들 수 있다.

차를 만드는 여러 방법 중 저장성 면에서나 맛과 향의 깊이 면에서나 덖음차를 추천한다. 덖음차와 비교하면 건조차는 맛이나 향이 가볍다는 것. 매화를 덖으면 구수한 풍미가 배가된다. 동백의 경우 꽃봉오리를 하루 정도 두어 조금 시들게 하는 ‘시들임’ 과정이 있지만, 매화차는 시들임 없이 덖어도 괜찮다.

차를 덖을 때는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핀 꽃이 섞이더라도 무방하다. 꽃차를 마실 때는 물을 100℃ 이상 끓인 후, 꽃을 다관이나 유리잔에 넣고 물을 조금 부어 따라 버린다. 다시 마실 만큼 물을 부어 1~2분 정도 우려 마신다. 제주에서 갓 공수했다는 매화를 덖어 마시는 차 한 잔. 그 따스함에 꽃샘추위로 시렸던 손이 사르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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