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한 해가 며칠 남지 않기도 하지만, 우울하고 침통하고 참담할 정도로 마음이 무척 어둡고 무겁다. 비단 필자만의 마음만은 아닌 것 같다. ‘촛불’과 ‘태극기’가 맞대응하는 것을 보면서다.

청년실업은 사상 최고치로 치닫고, 경제는 끝도 모를 정도로 가라앉고 있으니 을씨년스럽다, 할 일도 많고, 닭의 참 살(殺) 등 사건도 많음에도 불구, ‘종방’ 은 하루 종일 박근혜 대통령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처럼 패널들이 나와 앵무새처럼 떠들어 된다.

저들 멋대로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그들이 측은한 생각이 든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를 보면 우리가 말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상처의 말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공기 중에 분산되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발 없는 말은 돌고 돌아 부풀려지면서 자신의 입에서 쏟아 놓은 것을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가히 말(言)의 전파 속도가 광속(光速)에 비유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가 활성화됨과 동시에 사람들이 말을 적극적으로 이에 담아 옮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말, 말, 말’이라는 제목이 신문과 TV 매체에서 주목을 받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말’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이다. ‘말의 타락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비애를 느낄 정도가 되었다.

욕 없이 대화를 못하고, 막말과 악플, ‘아니면 말고’ 식의 유언비어와 헛소문이 여과 없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발 없는 말(言)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도 있지만 퍼지는 말을 제어할 수 가 없다. 촛불시위대와 야당 의원들을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다소곳이 가운데 앉아 있다. 그리고 주위에는 도살장의 백정같이 칼날을 갈고 있는 살기등등한 사람들이 눈알을 굴리며 죄인 다루듯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해놓고는 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막아버린다.

문제는 던졌는데 정작 답은 듣지 못한다. TV와 언론 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청문회의 그림이 대충 이렇게 그려진다. 기껏 질문을 하는 것도 보면 직무와 관련 없는 사생활과 관련된 말뿐이다.

고작해야 사생활을 파고들며 꼬치꼬치 캐물어 인격적인 모욕을 주며 갑질이 되어 막말까지 하다가 용두사미로 싱겁게 막을 내린다.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사람 역시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뿐이다.

청문회를 하는 시간이 아깝고, 가치가 없다. 청문회를 통해 사회 지도층 인사의 모습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키기는커녕,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 희한한 일은 어떻게 정치인들이 말하면 모든 진실이 숨어버리거나, 또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 맞기도 하고 다 틀린 것 같기도 하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빙하는 움직인다.’라는 책자에서 “절반의 진실은 완전한 거짓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진실의 일부만 말하는 것은 오히려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 이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불리한 것은 즉답을 피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청문회장에 나온 사람들이나 문재인 전 대표, 정말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기억조차도 못하는 사람들이 상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성급하다. ‘망 말’도 거침없이 쏟아놓는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빨리 인정하고 과거의 잘못으로 털어버려야 하는 데,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옳았다고 생각한다면 소신 있게 밝히기는 게 맞는 데, 흠집을 잡아 맞불을 놓으며 상대를 죽이려고만 한다.

혀가 달렸다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향해 입에 차마 담지 못할 막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런 막말을 하는 부모를 자식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며 어떻게 생각을 하겠는 가. 세상에는 해야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특히 검찰이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명확히 하지 않으니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그만큼 권위도 흔들리고 있으니 의혹만 난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래전 이회창 전 대선후보자의 경우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마치 진짜인 것처럼 검찰과 언론이 유도하면서 뒤늦게 사실이 밝혀졌으나 한 사람에게 커다란 아픔의 상처를 주었을 뿐 검찰이나 발설 자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 슬쩍 넘어갔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한 칼에 재단하고는 나 몰라라 한다. 또한 눈치와 분위기를 보며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하는 법관도 더러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말들은 무성한데 정작 사죄의 말이 필요할 때는 침묵하고, 침묵이 요구될 땐 오히려 큰소리치며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려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취는 데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분당 질까지 한 여당에는 분노를, 촛불시위에 끌려가는 줏대 없는 야당에는 실망을 국민들에게 안겨주었을 뿐이다.

‘지지 정당’ 이 없는 정치 실종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누구를 딱히 지적하기보다는 북한에 의견을 물어 결정하거나, 국가 보안법 폐기, 미군 철수. 사드 배치 유보. 제일 먼저 미국이 아닌 북한을 가겠다고 하고, 박 대통령이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하는 사람은 절대 뽑아서는 안 된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기필코 그런 사람은 저지해야 한다. 2017년 닭의 해인 정유년에도 말을 그렇게 막 할 것인가. 과거의 역사를 보더라도 사람의 불행이 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탈무드에 나오듯 ‘물고기가 항상 입으로 낚이듯 사람도 입으로 낚인다.’는 표현에는 지혜가 담겨 있다. 정유년 새해 결심은 ‘혀를 지키는 해’로 정해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에게 덕을 세우는 ‘혀의 열매’를 맺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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