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가는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는 이맘때가 되면 누구든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긴 긴 세월을 되돌아보지만 정작 기억되는 건 몇 분(分)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망해하고, 회의감을 느끼며 지난 세월을 후회하기도 한다.

또한, 즐거운 일들보다 자신의 언행 등으로, 누군가에게 아픈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피안(彼岸)의 세계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는 연말이다. 병신년 한 해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 만남을 통해 참 행복하게 살아왔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인데, 우리는 그 감사함과 행복을 잊고 무심코 살다 어느덧 또 한 해를 보내며 후회를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한 많은 시간, 한 해를 보내는 이 시간 어른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마음에 남은 사람들, 아름다운 미소와 이해와 배려, 따뜻한 사랑을 베푼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그 감사한 마음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표현으로 실천해보았으면 한다.

지난 한 해 “나와 함께하며 나를 이해해주고, 늘 챙겨주며 마음을 다해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준 당신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고, 참으로 행복한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고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넉넉한 우리의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었으면 참 좋겠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만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만남은 점(點)과 점(點)이 하나로 일치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불교에서 흔히 눈 깜짝할 사이를 ‘찰나’라고 말한다.

또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시간을 ‘탄지’라고도 한다. 그리고 숨 한번 쉬는 시간을 ‘순식간’이라고 한다. 반면에 ‘겁(劫)이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길고 긴 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겁’의 인연으로 만남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2천 겁의 세월이 지나가야 사람과 사람이 하루 동안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한다.

또 5천 겁이 인연이 되어야 비로소 이웃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6천 겁이 넘는 인연이 되어서야 하룻밤을 같이 지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억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는 인연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 스쳐 가는 모든 사람들, 불가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참으로 놀라운 인연으로 만남이 이루어진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 잠시 스쳐 가는 정도의 순간의 짧은 인연이라도 최소한 500겁 이상을 스쳐 간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그런 만남이기에 우리는 좋은 만남이 되어야 한다.

그런 좋은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너무 어렵게 계산적으로는 살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하나를 주면, 몇 개가 내게 돌아올까를 생각하지 말고, 내게 있는 것을 조건 없이 나누는 풍요한 마음으로 살자.

그리고 남을 미워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남을 미워하는 만큼,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써 등 돌리려 하지 말고, 그러려니 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함께 웃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되자.

안 그래도 어렵고 힘든 세상인데 이것저것 따지고 살면 머리도 아프지만 좋은 만남을 이룰 수가 없다. 인생은 산(山)을 타는 것 같다. 산들이 이어지는 등선이 바로 우리의 삶인 것이다. 우리 인생의 삶도 산맥처럼 등선을 이루며 이어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힘들게 올라가지만, 정상을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이 그렇다. 생명이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 따라서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별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과거인 어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 부신 햇살에 창밖의 소음을 듣는 내일 아침을 맞이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현재인 ‘오늘’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인 것이다. 오늘 이 시간만큼만 좋은 만남의 관계를 갖자.

어느 날 이별 뒤에 남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기억되지는 만남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준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기준은 없다. 내게 잘하면 좋은 사람, 내게 나쁘게 하면 나쁜 사람으로 평가될 뿐이다. 결국,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솔로몬의 말처럼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정상을 정복하자마자 하산을 하듯 헛되고 헛된 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새해에는 아무리 퍼내고, 설령 부도가 나도, 차고 넘치는 사랑으로만 살고, 베풂의 삶을 사는 우리가 되자. 그래서 덜 후회하는 삶을 살자.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 부족한 것 같아도 어디엔가는 쓰임을 받는다. 다 자기 역할이 있는 것이다. 맷돌을 돌리는 막대기로 된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부른다. 맷돌을 돌리는 데 그 손잡이가 없으면 ‘어처구니가 없다.’ 고 말한다.

어처구니는 보잘것없어도 참 소중한 것이다. 어떤 일을 시도하려고 할 때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못 했던 하나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고 말한다. 그렇듯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우리에게는 다 소중한 사람이다. 이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에 나눔의 아름다움의 시간을 갖고 좋은 만남이 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희망의 자산이 될 것이다.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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