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황폐화 저지 시급"…정부 "사회적 합의 필요"


약학대학과 자연계열 대학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행 2+4 약학대학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합 6년제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반면 정부는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부실한 답변으로 빈축을 샀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주관으로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초과학 육성과 약대학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한결같이 약대 통합 6년제 도입을 강조했다.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한국약학교육협의회)는 "편입생 대다수가 대학 입학 후 2년간을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시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약대 입학 이전 학부 2년의 전공에 따라 전공이수 능력수준에 편차가 크다"고 밝혔다.

이는 곧 약대생들의 고령화와 함께 고령 약사 배출로 이어져 대학원 진학 감소와 산업계 인력난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약대 졸업생 40%가 30대로, 고령의 무경력 신입사원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약국 취업 쏠림이 가속화된다"며 "연구 약사 진로를 위한 대학원 진학 감소와 함께 산업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따르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 6년제로 개편할 경우 임상약사, 산업약사 등 편중되지 않은 트랙형 진로교육 강화가 가능하다"며 "약학교육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사회적 부담 경감과 기초과학 등 이공계 분야의 연쇄적 편입에 따른 부작용 발생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김성진 교수는 "약대 입학생의 53%가 화학과, 생명공학과, 생물학과, 화공과 등 핵심 기초과학 분야에서 편입되고 있다"며 "2+4 약학사제도는 기초과학학과들의 교과과정을 약대 편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전락시켜 황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남대 교육학과 김병주 교수는 2+4 학제로 인한 자연계 학생들의 자퇴율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의 화학과 자퇴율이 2009년 2.2%에서 2+4학제 도입 후인 2010년~2014년 약 36.6%로 증가했다"며 "생물학과와 공대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PEET 준비로 인한 사교육비 역시 연간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발제자·패널 한목소리 "통합 6년제 필요"

패널토론에서도 통합 6년제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다.

대웅제약 이종욱 부회장은 "제약산업 약사는 의약품 연구개발, 글로벌 사업 개발, 영업·마케팅 등 약학전공자들이 활약할 분야가 많지만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 비해 고령 약사들은 열정이 다소 떨어진다"며 "융통성있게 2+4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통합 6년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경북대 생명과학부 이현식 교수는 "자연계열 학생들의 휴학 및 자퇴율이 약 40% 정도 된다"며 "현 시점에서 2+4 학제는 맞지 않는 제도고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약대 학생을 학부 1학년 때부터 선발해서 교육할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

연세대 약대 한균희 학장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는 융합형 인재인데 그것이 1학년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통합 6년제가 되면 미래형 약학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약대·자연대·교육과 교수들이 한목소리에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김형기 서기관은 "산업계에서 인력공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학계에서 기초과학 붕괴를 우려하는 점은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의사결정자들이 논의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진한 답변에 방청객 사이에서 재차 현상황에 대한 솔직한 답을 요구하자 그는 "내용은 이해하는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그 때가 개편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한 방청객의 한마디로 정리됐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급박한데 교육부는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